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89. 통공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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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교리서 946~962항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면 ‘교회가 한 몸’임을 믿는 것
거룩한 것의 공유 ‘성인의 통공’ 
지상·연옥·천상교회 구성원들과 기도와 희생으로 소통할 때 그리스도 몸인 교회 일치 이뤄

아인슈타인(Einstein)과 동료 물리학자 포돌스키(Podolsky), 로젠(Rosen)은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초면인 두 사람을 잠깐 만나게 해 놓고는 다시 두 사람을 전자기파가 통과하지 않는 각각의 상자에 들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 눈에만 빛을 비추어봅니다. 그런 다음 두 사람 뇌파 변화를 검사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이 빛을 본 것인데도 빛을 보지 않은 다른 사람 뇌에서도 빛을 본 사람과 같은 뇌파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두 사람 거리를 아무리 멀게 해 놓아도 같은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이를 세 명 물리학자 이름 첫 글자를 따서 ‘E-P-R 실험’이라 합니다.

사실 인간이 어느 정도는 연결되어 있음을 우리는 삶 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낍니다. 태몽을 대신 꾸어주거나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꿈에 나타난 사람에게 안부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이 기분이 안 좋으면 함께 모인 공동체의 기분이 침울하게 되는 예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아프면 가족 모두가 아픈 것처럼 고통을 받습니다. 사람은 각자 구분된 개체인데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이런 일이 하나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사도신경에서 우리는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이어서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한 믿음도 고백합니다.

여기서 ‘성인’(聖人)은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성인들은 물론이요, 그리스도 성체를 받아 모신 모든 그리스도인으로 보아야 합니다. 성인은 말 그대로 ‘거룩한 사람’인데, 거룩하신 그리스도 성체를 영하는 모든 이도 거룩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품은 모든 피조물은 거룩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 덕분으로 성인들의 공동체입니다. “모든 성도의 친교가 바로 교회입니다.”(946) 그런데 교회는 많은 성도가 모이기는 했지만 한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결합한 한 몸입니다. 한 몸은 모든 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습니다. 손가락이 아프면 온몸이 아픈 것과 같습니다.(1코린 12,26-27 참조)

2013년 11월 열린 수원교구 권선동본당 지역대항 연도대회에서 신자들이 연도를 바치고 있다.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다면 기도와 희생으로 천상과 지상 모든 교회 구성원과 자신이 가진 것으로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성인들의 통공이란 “거룩한 것의 공유”(1331)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함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교회 모든 “지체들에게 전달”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9)라고 기도하십니다. 그리스도 거룩함의 “전달은 교회의 성사들을 통하여 이루어집니다.”(947) 또 성사를 이루는 “성령께서 교회가 받은 모든 것을 공동의 자산이 되게 하십니다.”(947) “모든 성인의 통공”은 “거룩한 것들”(sancta)을 공유하는 “거룩한 사람들”(sancti) 사이에 일어나는 친교입니다.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세포는 죽은 것이거나 암세포입니다. 교회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신앙을 공유하고(949) 성사를 공유하며(950) 성령 은사를 공유하고(951) 심지어 봉헌을 통해 재물도 공유합니다.(952) 이는 결국 하나이신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953) 사랑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음으로 각자의 것을 내어놓게 함으로써 성인들의 통공을 이룹니다. 이 성인들의 통공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인은 내어놓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겨나는 죄입니다.(953)

성인들의 통공은 지상교회에서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교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상의 순례자 교회’, ‘연옥의 정화를 겪는 교회’, 그리고 ‘천상의 영복을 누리는 교회’입니다.(954) 물론 “천상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더 친밀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성 도미니코는 임종 때 “울지들 마십시오. 죽은 다음에 저는 여러분에게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956)라고 했습니다. 지상에서도 죽은 이를 위해 공을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죽은 이들을 위하여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도록 기도한다는 것은 거룩하고 유익한 생각”(2마카 14,25 참조)입니다.

이렇듯 성인들의 통공을 믿는다면 기도와 희생으로 천상과 지상 모든 교회 구성원과 자신이 가진 것으로 소통하고 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하나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거룩한 성인들의 멈추지 않는 통공을 통한 친교입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