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국가톨릭학술상이 걸어온 길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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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학술 발전의 발판으로 우뚝

1997년 12월 17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소성당에서 열린 ‘제1회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 시상식.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지난 1997년 가톨릭신문사가 제정해 교회 학술 발전에 공헌한 교계 학자들을 시상하고 격려해온 ‘한국가톨릭학술상’(이하 가톨릭학술상)이 24회째를 맞는 올해부터 ㈜득인기공(대표이사 권오광) 후원을 발판으로 새롭게 도약한다. 세상 속에 신앙과 진리라는 횃불을 밝히고 하느님 나라로 향하는 길을 비추기 위해 노력해온 가톨릭신문사는 앞으로도 가톨릭학술상 위상을 더욱 높여갈 방침이다. 가톨릭학술상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제정 취지와 그동안 발자취를 살펴본다.

■ 교회 학술 연구 발전, 그 꿈을 위해

가톨릭학술상은 가톨릭 신학과 철학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업적으로 교회 학문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 시작은 대표적인 평신도 신학자인 고(故) 양한모(아우구스티노, 1921~1992) 선생 유족들이 고인 5주기를 맞은 1997년 기금을 출연해 본지가 제정하면서부터다.

다원화된 오늘날 현대사회를 복음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발전된 실천 양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학문 토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가톨릭학술상 제정 당시까지만 해도 가톨릭 관련 학문을 배워 익히고 탐구하려는 학자들 열기에 비해 그 연구 여건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었다.

특히 한국교회사 출발과 함께 시작된 교회 학술 전통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자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절실했다. 가톨릭학술상은 교회 안팎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학자들이 수상 대열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해 그 위상을 높이고 있다.

■ 적극적인 후원 힘입어 복음화 선봉장으로

가톨릭학술상은 1997년 제1회 ‘양한모 기념 가톨릭학술상’으로 시작해 「라틴 한글사전」을 편찬한 고(故) 허창덕 신부가 첫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2001년 제5회부터는 ‘연구상’을 추가해 교회 젊은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09년 제13회부터 ‘공로상’, 2012년 제16회부터는 ‘번역상’이 추가됐다.

가톨릭학술상이 20여 년 찬란한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저변에는 독지가들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세정그룹(회장 박순호)과 유도그룹(회장 유영희)이 후원하기도 했으며 학술상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신앙인들의 성금이 답지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부터 유압기기 전문 제조기업으로서 신앙을 바탕으로 한 경영문화에 앞장서고 있는 ㈜득인기공(대표이사 권오광)이 가톨릭학술상을 적극 후원하기로 했다. 가톨릭학술상은 한국교회 복음화 촉매제로서 역할을 더욱 새롭고 풍성하게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부터 한국가톨릭학술상을 후원하게 된 ㈜득인기공 권오광 대표이사는 “한국가톨릭학술상 후원을 계기로 가톨릭신문과 좋은 인연을 맺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 한국가톨릭학술상 후원하는 ㈜득인기공 권오광 대표

“경영도 신앙과 함께, 사람이 우선”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제가 오랫동안, 또 꾸준히 한국가톨릭학술상을 후원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간절히 요청드렸죠. 작은 정성으로 조금이나마 교회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본지가 주관하는 한국가톨릭학술상을 올해부터 후원하게 된 ㈜득인기공 권오광(다미아노·64·대구 욱수본당) 대표이사는 “한국가톨릭학술상에 평소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후원하게 된 것은 주님이 제게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권 대표는 삶 속에서 신앙을 적극 실천하는 신앙인이자, 신앙으로 다져온 ‘성실’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건실한 중소기업을 착실히 이끌어온 기업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신앙에 첫 발을 딛게 된 것은 초등학생 시절 모친을 따라 세례를 받고 복사를 서면서부터다. “어린 시절 신앙인으로서 기본 소양은, 작고하신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우리 집안 전체가 어머니 영향을 받아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성실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깨우치게 됐죠.”

실제로 그는 지난 1994년부터 본당 레지오 활동을 개근하며 신앙 모범이 됐고, 무엇보다 성실함을 바탕으로 주님과의 약속을 지켜왔다. 여러 지역을 출장 방문하기도 해야 하는 사업 특성상 출장지에서도 급하게 비행기를 타고 성당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는 “신앙을 ‘잘’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개근’과 ‘성실’이 더 앞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권 대표는 사단법인 한국 여기회(총재 이문희 대주교) 운영위원장 등을 지내며 교회 활동에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던 고 권오은(바오로·2010년 선종)씨 동생이다. 권 대표는 형 권오은씨가 지난 1975년 창업한 공장을 물려받은 후 유압기기 전문회사인 득인기공을 1994년 창립해 가업으로 이끌고 있다. ‘득인’이라는 회사명도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중 한명인 권득인(權得仁·베드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 주님께서, 성모님께서 과분한 은총을 제게 주시고 계시다는 생각입니다. 회사일이든, 또 교회일이든 신앙인으로서 바르게 살고자 노력할 따름이지요.”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본사 공장을 두고 서울과 대구 부산에 영업본부와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득인기공은 창립한 이후 유압기기 자체 브랜드인 ‘BESKO’(Best Korea 약자)를 필두로 국내와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회사는 신앙과 함께, 사람을 근본으로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그는 “직원들과 회의를 할 때도 복음을 전하고 성경 읽기를 권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곁에서, 신앙을 바탕으로 항상 바르게 경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현재 4년째 한국 여기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권 대표는 ‘이웃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하자’는 생각으로 봉사에 임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뭉치면 다시금 일어설 수 있다”며 “한국가톨릭학술상 후원을 계기로 가톨릭신문과 함께 맺은 인연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웃어보였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