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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8)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개선 입법 현황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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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세상 속 생명 지킴이로 목소리 높여야
임신 14주 이내 낙태 합법화, 최대 24주까지 허용도 논의
추석 이후 개정안 입법 추진
국가의 태아 생명권 박탈이며 약자 보호 의무 저버리는 것
생명 살리는 정책 마련하도록 사회 참여로 의견 제시해야

12월 31일은 지난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개선 입법 시한이다. 올해 말까지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 조항)과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의사낙태죄 조항)이 개선 입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들은 내년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개선 입법 시한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지금(9월 28일 기준), 관련법 제·개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프로라이프교수회·변호사회·여성회·의사회 등이 참여한 ‘태아생명보호 시민연대’ 한 회원이 ‘태아 생명 보호를 위한 낙태법 개정’을 촉구하며 9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 국회,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

9월 28일 기준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건이다. 진선미 의원 등 11인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전재수 의원 등 10인은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진선미 의원 등은 낙태 일부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 제1호에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라는 표현은 ‘우생학적’이라는 말없이도 낙태 허용 대상 규정에 무리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조항에서 ‘우생학적’이라는 용어를 빼자고 했고, 전재수 의원 등은 양육비 지급명령 이행률을 제고하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 부양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형법 제271조의2 신설을 제안했다. 전 의원 등의 해당 법률안에 따르면 형법 제271조의2에는 ‘양육비 채권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여야 할 계약상 또는 법률상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을 위반하여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미성년 자녀를 유기 또는 방임에 이르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정부, 곧 입법 예고

정부는 추석 연휴 이후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관계 부처 차관은 9월 24일 국무조정실장 주재 회의를 열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조치를 논의했다. 앞서 법무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가 낙태죄 폐지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출하고, 8월 말 5개 관계 부처 차관 회의에서 임신 14주 내외 낙태 허용이 주요 안으로 논의됐다고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9월 28일 한 언론이 “정부가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합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국가의 태아 생명권 포기와 생명 경시 풍조 조장에 대한 걱정도 커져 가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도 8월 28일 성명을 내고 “여성 행복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그럴듯한 말로 태아 생명권을 박탈한다면, 그것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과 약자 보호의 국가 책무를 저버리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국가는 생명권 보호와 약자 보호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생명 수호자’로서 적극적인 활동해야

‘생명 수호자’인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역시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18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대안적 성찰’ 학술대회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과 한국교회의 생명운동’에 대해 발제한 프로라이프대학생회 지도 김승주 신부는 “사목자들은 생명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선포해야” 하고, 신자들은 반생명적인 사회 현상들에 맞서 생명 존중 의식을 향상시키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법이 바뀌어도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을 본당 신부 강론, 교회 알림·교육 등으로 상세하고 정확히 알려 줘야 하고, 신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생명 수호자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한 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이동익 신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교회 대응이 미미하다”며 “교회는 세상 속에 묻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따라올 수 있도록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어떤 어려움과 박해도 이겨 내고 가톨릭 정신을 사회에 심어 끌고 나가야 한다는 당부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로사) 원장도 올해 본지와의 대담에서 “정부나 국회는 교회가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해 두려워한다”며 “교회는 ‘이 정책 마련 안 하면 다음 선거 때 신자들에게 이런 것 안 했다고 얘기해 줄 거야’라고 말하는 등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