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외할머니와 힘겹게 생활하는 이진수(가명)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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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커서 할머니 소원 이뤄드리고 싶어요”
미혼모 엄마는 이군 낳자마자 떠나
정부보조금으로 생활비 겨우 감당
복사단 활동하며 신앙 의지하지만
외할머니 건강 나빠지는 듯해 걱정 

미혼모 딸에게서 태어난 외손자 이진수(가명)군을 홀로 키우고 있는 외할머니가 이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할머니 하고 싶어 하는 것 모두 해 드리고 싶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이진수(가명·프란치스코·15)군은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 외할머니 소원부터 이뤄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군 엄마는 갑자기 임신하게 되면서 미혼모로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군을 낳고 떠났다. 아빠는 누군지도 모른다. 시설에 맡겨질 뻔했던 이군을 외할머니가 데려와 부모 이상으로 사랑을 주며 지금껏 키우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이군은 외할머니와 둘이서 살다 5살 무렵 외할머니와 함께 외삼촌이 있는 서울로 올라왔다. 아이가 없었던 이군 외삼촌 부부는 이군을 아들처럼 키웠다. 하지만 아빠 역할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점점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외삼촌 본인 일도 잘 풀리지 않아 지난 6월 외삼촌은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됐다.

이군과 외할머니는 다시 둘만 남겨졌다. 외할머니가 받는 정부보조금만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이군 교육에는 전혀 지출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힘겨운 환경이지만 이군은 교회 안에서 하느님 자녀로 성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세례를 받으면서 복사단에 들어간 이군은 자신이 담당한 미사 복사에 한 번도 빠지지 않을 만큼 열정을 쏟았다. 부모 도움이 있어도 힘든 나이지만 새벽미사에도 스스로 일어나 참례할 만큼 책임감이 강하다. 잘 때도 외할머니가 준 묵주 팔찌를 꼭 끼고 잔다.

“성당 가는 날이 가장 좋아요. 신부님, 수녀님도 친절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주일이 기다려져요.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없지만, 성당 캠프나 피정 갔을 때를 떠올리면 저에게는 그곳이 천국이었던 것 같아요.”

이군 신앙은 레지오 마리애 등 성당 활동을 열심히 했던 외할머니 영향이 크다. 이군을 홀로 키우면서 신앙에 더 의지했고 전적으로 매달렸다. 하지만 지금 외할머니 기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전과 다른 모습에 주변 사람들 권유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군에 대한 애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미사 참례를 못했던 상황 속에서도 명동대성당까지 걸어가 이군을 위해 기도하며 초에 불을 켜고 오곤 했다.

“명동대성당에서 초에 불을 켜고 진수를 위해 기도하고 오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어요. 그저 건강하게 하느님 자녀로 잘 자라줬으면 합니다.”

간절한 기도가 통했을까. 이군은 신부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신부님 보면 멋있고, 나중에 제대에서 미사를 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할머니 건강하게 해드리고, 하고 싶은 거 하게 해 드리려면 돈도 많이 벌어야 해서 고민 중이에요.”

부모 보살핌 속에서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지만 너무 일찍 현실을 마주한 이군. 그리고 세상에 홀로 버려질 뻔했던 이군 곁에서 부모 이상으로 사랑을 준 외할머니. 이들에게 세상은 하루하루 헤쳐 나가야 할 싸움 연속이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진실된 마음이 있기에 오늘도 이들은 둘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하느님께 의탁한다.

※성금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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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0년 10월 7일(수)~10월 27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