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작은 움직임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10-05 수정일 2020-10-06 발행일 2020-10-11 제 321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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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돼지 한 마리였다. 지난해 말 수원 조원솔대본당을 사목방문했던 이성효 주교는 적지 않은 숫자의 청년이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청년회 인원이 50명을 넘기면 돼지 한 마리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주교님과의 약속’을 달성하기 위해 청년들은 냉담 중인 친구들을 위해 같이 기도하면서 개별적으로도 연락하거나 만나는 등 나름 노력을 펼쳤다. 그러던 중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복병이 나타났다. 모임이나 교육, 행사가 중지되면서 계기가 어찌 됐든 가속도가 붙던 청년회 활성화 노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도 뭔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스스로 선택한 것은 손글씨 기도 챌린지였다. 한 명 한 명의 기도가 단체 대화방에 올라오면서 기도 열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그리고 청년들은 주님 안에서 본당 공동체 안에서 하나 됨을 느끼게 됐다.

‘만날 수는 없지만, 모이지 못하지만 뭔가 해보자’고 시작했던 작은 움직임이 서로를 기억하고 기도 안에서 힘을 모으며 큰 원을 만들어갔다. 소수이지만 떠났던 청년들도 모였다. 청년회에는 다시 생기가 돌았다.

교회에서 청년들이 떠나고 있다고 어른들은 우려하지만, 이들처럼 하느님 안에서의 의미 있는 일을 찾아 교회에 참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신앙의 기쁨과 즐거움의 터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 안에서 스스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말이다. 대유행 시대는 청년 사목에도 새로운 변화 흐름에 맞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시선을 요청한다.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