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주님, 나의 빛 / 한성숙

한성숙(레지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0-09-22 수정일 2020-09-22 발행일 2020-09-27 제 321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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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은 의학적인 검사를 통해 병의 치료 예후를 예측하는데, 가끔은 예상과 다른 결과로 희망은 절망이 되고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기도 했다. 하느님 섭리 안에서 우리의 삶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묵상하며, 병원 입구에 적혀있는 ‘치유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는 글은 모든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자 기도였다. 병상에서 아픈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은 아이 상태에 따라 매일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살얼음판을 걷듯 가슴을 졸이며 지냈다. 아이의 병이 모두 내 탓 인양 엄마의 마음도 함께 아파갔다.

‘아이가 다시 건강을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 번씩 찾아오는 두려움으로 지쳐갈 때, 하느님께서는 힘든 마음도 살펴주셨다. 아이가 발병할 무렵 본당에 룩스메아 기도모임이 생겼는데, 마침 봉사자님께서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타 본당 기도 모임에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분이 함께 기도해 주셨다. 기도는 어떤 말보다 큰 위로와 위안을 전하는 힘이 있었다. 하느님께서 이어주신 소중한 인연으로 치료가 없는 화요일마다 피정에 참여하며, 부족한 신앙의 영성을 조금씩 채워갔다. 아이를 돌보느라 살피지 못한 마음의 상처도 함께 치유 받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의 기도에 대한 은총이었을까? 아이는 치료 과정에서 찾아오는 부작용과 힘든 순간들을 잘 견뎌내고 이겨냈다. 1년의 집중치료를 마치고 조금씩 일상생활이 가능해지자, 아이와 함께 성당에 나가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2년의 유지 치료를 받으며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견진성사도 받을 수 있었다. 3년의 길고 험난했던 치료는 2019년 봄이 되어서 끝이 났다. 아이는 바람대로 성가대에서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나는 시련을 통해 겸손과 인내를 배웠다. 그리고 기도 안에서 하느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열어주셨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치료 기간 동안 마음에 힘이 되었던 말씀처럼, 포기하고 내려놓았던 많은 일들은 어느 순간 모두 이루어져 있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절망과 두려움이라는 어둠에 갇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코로나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치유자이신 하느님 섭리를 믿고 인내하며 함께 기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그 믿음 통해 반드시 우리를 은총의 시간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나는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며 감사함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끝>

한성숙(레지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