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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날 기획] ‘코로나19 시대’ 더 큰 고통 겪는 이주민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9-22 수정일 2020-09-23 발행일 2020-09-27 제 321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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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도 하느님 자녀… 오해·편견 없애는 것이 교회 역할
국내 체류 수 300만 명 육박
일상서 흔히 만날 수 있지만 여전히 혐오와 차별 대상
코로나19로 간극 더 벌어져
교회가 인식 개선 나서야

일상 안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상황이 아니다. 생활공간과 일터 등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이주민은 곧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주민이 우리 이웃주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주민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아직도 여전하다. ▶관련기사 9·21면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의정부엑소더스(위원장 이정훈 신부) 소속 베트남 출신 쿠엔 티 킴 티엔(루치아)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언어를 잘 못 알아듣기 때문에 대놓고 욕하기도 하고 휴가와 식사 문제 등 아직도 차별 받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주민들이 느끼는 간극은 더 벌어졌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광휘 신부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선주민들 마음은 얼어붙었고 이방인들에 대한 경계는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도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 지위 신청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은 받지 못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는 57만3325명으로 이들이 낸 세금은 1조 원이 넘는다.

또 긴급재난문자나 확진자 동선은 한글로만 나오기 때문에 이주민들은 번역 상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정부엑소더스 강슬기 활동가는 “코로나19 발생 후 정보 접근 한계로 이주민들이 이전보다 더 위축됐다”며 “이는 이주민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 곳곳에서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실감한 이주민들에게 교회는 큰 힘이 된다.

국내 이주사목위원회는 전국적으로 국가별 공동체와 쉼터, 상담센터 등을 마련해 이주민들 필요에 응답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 김수정(루치아) 상담 간사는 “법과 사회 분위기가 개선돼 노동과 임금 문제 등은 줄어들었지만 미등록 이주민이나 난민 신청자는 보험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의료 문제는 아직도 심각하다”며 “3~4년 전부터는 서울 이주사목위 활동 가운데 의료비 문제 해결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서울대교구와 의정부교구 등 이주사목위는 이주민들에게 금전적 지원과 함께 민간단체들로부터 지원 받은 물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출신으로 의정부 녹양동성당에서 매주 베트남어 미사를 주례하고 있는 응우엔 반 도안 신부는 “이주민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늘 눈치를 보고 오해도 자주 받는다”며 “물질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교회 역할은 ‘다름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신앙 안에서 연대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휘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가 ‘이주민’이라고 말했다”며 “교황님은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돕는 것이 각 나라 정치 문제 해결보다 더 근본적이고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주민에 대한 가장 중요한 교회 역할은 이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 혐오로부터 마음을 바꾸고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있다”며 “이민의 날을 맞아 이주민을 이웃 형제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