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남한산성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중산본당)
입력일 2020-09-15 수정일 2020-09-15 발행일 2020-09-20 제 3212호 2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우리는 성모성월에 남한산성에 갔다. 험한 산등성 따라 힘차게 뻗어 있는 남한산성은 첩첩이 산중에 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으로 고통을 겪은 민족의 아픔과 목숨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의 넋이 서려있다. 1801년 조선 후기에 남한산성은 조선의 군사적 천혜의 요충지로서 포도청과 관청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0년 전 순교자들이 고통을 겪었던 포도청과 피를 흘리며 갇혀 있던 옥사 자리에서 50m정도 들어가면 남한산성 순교성지가 있다. 순교성지에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높이 솟은 현양탑은 순교자들이 옥에 갇혀 있을 때 썼던 칼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현양탑에는 16위 순교자 이름과 무명 순교자 300명 이상이라고 음각으로 기록돼 있다.

순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행위다.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의 맑은 숨결이 향기롭다. 무심한 바람은 들풀과 들꽃을 흔들고 있구나.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적막을 깨고 순교자들의 사랑을 말하고 있구나. 바로 앞에 있는 남한산성 모습으로 지어진 한옥 성당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새들이 소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 절경과 잘 어우러져 있는 성당을 돌아보았다. 순교자들의 굳은 신앙과 아름다운 정신을 묵상하면서 남한산성 길을 따라서 올라갔다.

1636년 조선 중엽 초에 병자호란으로 인조는 청군에 쫓겨 한양도성을 떠나 한강을 건너 어가 행렬이 남한산성으로 들어 온지 45일간을 성안 백성들과 함께 굶주림과 추위에 떨면서 항전했다. 그러나 끝내 성은 함락되었다.

“전하 성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전하” 통곡하면서 울부짖는 성안 백성들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서문을 나가 삼전도에 가서 청나라 황제 앞에서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로 항복했다. ‘아 슬프도다, 한민족 역사에 왕이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씻을 수 없는 치욕의 수모를 당했다.

심양으로 끌려간 삼학사에게 적장 용골대는 처자를 거느리고 심양에 와서 즐겁게 살라고 회유도 하고 협박도 했지만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불의다. 너의 말을 들으면 오랑캐가 되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항변을 한 삼학사의 굳은 절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결사항쟁을 한 성안 백성들이 통곡하면서 울부짖는 그 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남한산성을 굳게 지키고 결사항쟁을 주장한 청음 김상헌이 마침내 산성이 함락되고 패하게 되자 엿새를 굶고도 안 죽으니 목을 매어 죽기로 꾀하다가 가족이 발견해 그를 살렸다.

인조가 45일간 거처 했던 별궁도 볼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남한산성을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간다. 차창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

한문석(요셉·의정부교구 중산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