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한가위와 이산가족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09-15 수정일 2020-09-15 발행일 2020-09-20 제 321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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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철이 장마와 태풍으로 가득 하더니 절기상 ‘백로’를 지나면서는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짐을 느낍니다. 계절의 변화를 보며 역시 절기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몇 주 후면 민족의 명절이라고 하는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그러나 올해는 자연재해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방역 문제로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고향 땅에서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들 서운함이 자못 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당면하고 있는 이 어려움이 빨리 해소돼 만남의 기회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를 합니다.

한가위가 다가오면 아무래도 북녘 땅에 부모형제와 자식을 두고 오신 이산가족 분들 마음이 더 아프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의 경우 얼굴을 직접 뵙지는 못하더라도 화상으로 얼굴을 볼 수 있고,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는 반면 이산가족들의 경우 그러한 기회 자체가 없으니 말입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상 이산가족 등록현황(2020년 7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신청자 13만3395명 중 5만855명이 생존해 계시고 그중 3만3121명(65.1%)이 80세 이상의 고령이십니다. 생각해 보건데 만나고자 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거동이 어렵거나 북녘 부모형제나 자식이 계시지 않아 만남이 어려운 분들도 있으실 듯합니다.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이산가족 만남이 있기를 바랍니다만 북쪽 상황도 녹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장마와 8호 태풍 ‘바비’로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이, 9호 태풍 ‘마이삭’으로 강원도와 함경도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러한 피해복구와 함께 당 창건 75주년(10월 10월) 행사 준비에 북쪽 당국의 정책방향이 집중돼 있어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대내외적 상황도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서 황정민씨가 맡았던 주인공 ‘덕수’의 마지막 대사가 우리 이산가족들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덕수’는 피난 과정에서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살핍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서는 아버지 영정을 붙잡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진짜 힘들었거든예.” 이산가족은 현대사의 고통을 그대로 가슴에 안고 살아온 분들이십니다. 남북 모두 정책 우선순위가 있겠고 직면한 환경 제약이 있겠지만 인도적인 문제는 최우선 과제입니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과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교황님 메시지에 호응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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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