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제20회 가톨릭포럼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 – 한국사회와 종교’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9-08 수정일 2020-09-08 발행일 2020-09-13 제 3211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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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서 대면하는 종교, 비대면 시대 어떻게 변화·쇄신할 것인가

9월 2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제20회 가톨릭포럼에서 토론자 LAB2050 이원재 대표, 한국언론학회 김춘식 회장, 본지 영상팀 주정아 팀장과 발제자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중식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송용민 신부(왼쪽부터)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제공

현 시대 당면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전문가들의 예리한 접근과 깊은 통찰로 모색하는 가톨릭포럼이 20회째를 맞이했다.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와 서울대교구 매스컴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가 주관하는 가톨릭포럼은 이번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사상 초유 개최 방식으로 9월 2일 진행됐다.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 - 한국사회와 종교’를 주제로,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와 가톨릭교회 변화는 어떤 것이고,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 발제 1. 코로나19가 바꾼 대학 교육에서 배우다 - 이중식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대규모 모임 어려워진 시대

대학, 비대면 강의 진행하며

전달과 평가에서 어려움 느껴

종교 대면 전통 변화 가능할까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중식(베드로) 교수는 올 1학기 동안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의 종교를 전망해봤다. 특히 ‘집체’(Mass Gathering)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시대에서 종교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바탕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 집체에 대하여

이 교수는 집체에 대해 효율적이고, 동일 행동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며 근접성이 주는 편안함을 통해 친밀함이 생겨난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이 교육은 물론 업무, 군대, 종교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집체를 활용하는 이유가 됐다.

건축을 전공한 이 교수는 사실상 우리에게 집체형 생활양식이 오래 되지 않았으며, 인류는 오랜 시간 동안 집이 곧 일터로 생활해 왔다고 밝혔다.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기존의 집체가 불가능해졌으므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 비대면 대학교육의 변화

이 교수는 “교육과 종교는 연원이 비슷할 정도로 오래됐고 시대의 요청에도 변화를 버텨내는 대표적인 사회적 프로그램이니만큼 교육의 경험을 통해 종교의 집체는 어떤 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교육의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교수는 자신이 정리한 ‘대학 교육자의 비대면 경험’을 소개했다.

비대면 강의를 하게 되면서 장소보다는 어떤 도구를 사용해 강의를 진행해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으며, 수업을 위한 사전준비는 많이 필요해진 반면 강의 시간은 짧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의 반응을 읽기 어려워졌지만 참여는 다양해졌고,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워진 교수자는 예전보다 과제를 많이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도, 교수도 더 피곤해졌지만 정교한 평가는 오히려 어려워져 기존의 A, B, C, D학점 대신 통과를 위한 최소 기준을 점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여러 방법들을 동원해 온라인 교육을 수행했지만 교수자들은 온라인 교육이 적절한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같은 내용도 비대면으로 하면 전달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 교육 변화는 종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

이 교수는 우선 ‘종교는 집체를 버릴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대학교육은 집체를 버리고, 미디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교육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했다. 과연 종교는 대면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형식적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또한 주일을 중심으로 한 전례력 등 시간축과 성전과 같은 공간축의 변화를 교회는 과연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 것인지 물었다.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의 관계와 같은 대면의 전통이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이 비대면을 받아들이며 바뀐 평가의 변화처럼, 신앙에서 평가되는 것은 무엇이며, 그 평가는 어떻게 변하고, 신앙 내용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교회가 어떤 모습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혼란한 시대에 종교의 큰 역할이 있지 않을까”라는 말을 남기며 발제를 맺었다.

■ 발제 2. 팬데믹 시대 신앙생활 변화와 가톨릭교회의 사목적 대응 - 송용민 신부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하느님 은총 느끼는 ‘성사’

대면 문화에 뿌리 두고 있어

안 만나도 성사 가치 잃지 않는

구조와 방식 변화 모색해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코로나 한복판에 와 있는 우리 현실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는 진행형”이라며 “발제를 통해 우리가 신앙을 한다는 건 무엇이고, 종교는 현대사회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송 신부의 발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은 종교에도 위기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코로나 시대에 가톨릭 신자들의 신앙 감각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다음으로 코로나19와 함께 가톨릭교회는 어디로 갈 것이며, 21세기 한국천주교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고찰했다.

□ 코로나19 팬데믹, 종교에도 위기인가

종교는 생명체로서 인간이 겪는 유한성(죽음)과 한계체험(질병, 죄의식)을 마주한 실존적 현존방식이다.

먼저 송 신부는 이러한 인간 실존에 대한 물음에 있어서 코로나19는 종교가 지닌 가장 큰 힘인 ‘콘택트(contact) 문화’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지 않는 신성에 대한 체험을 감각적 접촉을 통해 인식하고 소통하며 정신적 치유와 위로를 얻는 존재 방식이 종교의 콘택트 문화다. 이를 통해 서로 체온과 손길을 느끼고, 감정 변화와 주변 환경 영향을 느끼면서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고, 초월로의 정신적 정화와 승화, 그리고 치유와 회심을 체험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적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콘택트 문화에 기반한 기성 종교들 면모나 표현 방식 등에 있어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송 신부는 말했다.

□ 대면 문화에 뿌리 둔 가톨릭교회 성사성 위기

송 신부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대면 문화에 뿌리를 둔 가톨릭교회의 성사성(聖事性)을 위협한다.

송 신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본질적으로 성사적”이라며 “성사란 인간의 본성을 넘어선 하느님의 초자연적 은총의 신비가 인간 창조와 생명, 구원에 이르는 원인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스도교는 인간 스스로 깨달음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감각을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종교이며, 그러하기에 신앙 행위에는 신앙 감각(sensus fidei)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앙 감각이란 신앙 행위에도 감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감각은 단순히 오감을 통해 느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인격적 교류와 친교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송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미사가 중단되고 각종 소모임과 친교 행위들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성사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에 신자들과 사제들 또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염병 확산은 과거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환대와 대면 접촉에 뿌리를 둔 가톨릭 신앙 공동체 생활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 신자들 신앙 감각에서 변화된 표현들

송 신부는 이어 지난 7월 의정부교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앞으로 신자들 신앙 감각 표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뉴노멀이 될 온라인 사목과 창의적인 사목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신자들은 주일미사 참례 의무로부터 다소 자유로워지고 본당 중심이 아닌 개인적인 신앙 실천에 만족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송 신부는 이를 서구교회 현실을 닮아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송 신부는 “교회는 신자들이 자신들의 신앙 감각을 다양한 영역에서 표현할 수 있도록 은사를 적극적으로 계발하고 격려해 줄 필요가 있다”며 “전통 선교방식과 본당 공동체 사목 형태에 대한 재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나아가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봉사, 코로나19를 불러온 생태계 훼손과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참여, 신앙의 사회적 실천 강조를 이뤄야 한다”며 “이웃종교와 대화를 통한 공동선 협력 및 교회 일치운동에 이르기까지 신앙 감각 표현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비대면 사회 신앙 공동체 유지와 사목 방식 변화

송 신부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전통 대면 문화 중심의 신앙생활로 돌아가겠지만, 팬데믹이 지속될 경우 신앙 공동체 운영과 관리, 사목적 돌봄 방식에도 큰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특히 “교구 중심 대규모 행사나 집회, 본당 신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지양될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신뢰 집단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 중심 사목 형태가 연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동체와 함께하지 못하는 개인의 영적 성숙을 돕기 위한 가톨릭 수행 영성을 적극 개발해 신자들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송 신부는 신학적 성찰과 사목적 성찰로 나눠 교회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온라인 교회, 가상현실 교회가 팬데믹을 마주한 자구책은 될 수 있어도 성사 본질인 대면 문화를 비본질적 요소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사목에 대해서는 비대면 방식과 대면 방식의 조화, 속지주의 원리에서 벗어난 속인주의 장점을 살리는 새로운 교회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21세기 한국교회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첫째는 성직자와 본당 중심 교회 구조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외적 구조와 친교 요소들을 단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는 코로나19 이후 다시 닥칠 팬데믹 시대에 신자들 스스로가 사회적 방역 기준이 되는 ‘행동 백신’을 통해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교회 생활에서 상호 대면이라는 성사적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순교 영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송 신부는 “종교는 자기희생 없이 가치가 없다”며 희생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을 당부했다.

■ 토론 - LAB2050 이원재 대표, 한국언론학회 김춘식 회장, 본지 영상팀 주정아 팀장

비대면 환경에 더 소외되는

가난한 이들에 교회 다가가야

미디어 의존도 높아진 상황

언론과 교회의 ‘진실’ 더욱 중요

발제 후 세 명의 토론이 이어졌다.

LAB2050 이원재(프란치스코 하비에르·전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대표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교회’를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이 대표는 경제 전문가답게 기본소득과 코로나19로 인해 나눠진 계급, 플랫폼 경제 등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 충격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으므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노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한국언론학회 김춘식(스테파노·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회장은 ‘언택트 환경과 저널리즘의 공적 책무’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환경에서는 미디어 의존도가 증가하므로 혼란스러운 국면에서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교회와 가톨릭 언론인들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은 본지 영상팀 주정아(스텔라) 팀장이 맡았다. 주 팀장은 “언택트(Untact) 문화는 코로나19로 가속화하고 있는데 사실 언택트라는 말보다는 온택트(Ontact) 또는 디지택트(Digitact)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라며 “디지털 중요성이 커지는 이 시기, 디지털 기기 이용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가 더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