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가 주목하는 ‘가톨릭’
2020년 하반기, 세계 유명 패션브랜드들의 디자이너들이 ‘가톨릭’을 주목했다. 발렌시아가, 구찌 등의 브랜드는 이번 2020년 ‘FW 런웨이’ 패션쇼에서 사제모와 수단 등을 연상시키는 검은 색 계열의 패션을 선보였고, 파코라반 등은 여자수도자의 수도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몬 로샤 등의 브랜드는 미사보를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을 런웨이에 올리기도 했다.
이전에도 가톨릭의 패션은 꾸준히 패션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의상연구소 ‘코스튬 인스티튜트’가 주관하는 멧 갈라가 ‘패션과 가톨릭의 상상력’을 주제로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멧 갈라는 정상급 배우, 가수, 운동선수 등 유명 스타들이 참여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행사다.
패션계에서는 ‘가톨릭 패션’은 주로 종교적이고 신성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나 신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 안에서 이어진 ‘가톨릭 패션’은 교회의 전례적인 의미들을 담으며 신자들이 전례 안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 패션의 완성은 미사
세인들 사이에 ‘패.완.얼.’(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면, 가톨릭 패션은 ‘패.완.미.’(패션의 완성은 미사)다. 교회 전례의 중심인 미사야말로 가톨릭 패션의 가장 핵심이다. 달리 말하면 미사가 없으면 가톨릭 패션은 그 의미를 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사 중 가톨릭 패션은 전례시기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달라진다. 특히 예수님의 멍에를 상징하는 제의는 색을 통해 전례적인 의미를 전한다. 제의는 사제가 미사 집전 시 가장 위에 걸치는 반원추형의 옷이다. 제의의 색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이 색을 통해 신자들에게 그날의 전례가 담고 있는 의미를 전한다. 백색은 기쁨과 영광, 결백을, 홍색은 성령과 순교를, 자색은 통회와 보속을, 녹색은 희망을 뜻한다.
신자들은 사제의 전례복 중 가장 밖에 있는 제의를 주로 보지만, 사제들은 제의를 입기 전에도 다양한 전례 의상을 몸에 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