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낙태가 아니라 합당한 책임이 필요하다 / 이소영 기자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9-08 수정일 2020-09-08 발행일 2020-09-13 제 321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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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만 책임지기 때문입니다.” ‘생명대행진 2020’에서 ‘케이프로라이프’ 송혜정 대표는 말했다. 일각에선 ‘낙태죄 폐지’가 모든 여성 입장인 것처럼, 낙태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가 단순히 여성이 원하기 때문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여성에게 책임이 몰리는 상황을 해결해야지 태아를 죽임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2018년 낙태 실태 조사 결과, 여성들이 원한 것은 낙태가 아니라 합당한 ‘책임’이었다. 여성들(75.4%)은 낙태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지만, 그 첫 이유는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이었다. 임신·출산·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쏠린 현실에서 형벌도 여성에게 부당하기에, 책임을 나누고 합당하게 책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의미였다. 국가에 요구한 정책 1순위도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 책임 의식 강화’였다.

여성이 낙태를 원하는 것으로 오인되면 여성에게 부당한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 낙태 주요 원인은 ‘사회 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등 입법자들이 입법으로, 사회가 법 실천과 의식 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해법 없이 낙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소수 의견은 ‘정치 과정의 회피’ 등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적극적이고 진지한 성찰과 출산 유도 입법을 당부했다. 입법자들은 임신·출산·양육 적극 지원, 인격적 성교육 등 태아 생명과 여성 보호를 위한 입법을 해야 한다. 입법자의 무책임함이 여성의 무책임함으로, 모든 책임이 태아에게 맡겨지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이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