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최고의 선물 / 정현희 수녀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2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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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받은 가장 고귀한 축복 세 가지를 자주 되새기게 된다.

최고의 축복은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다.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면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무의미와 고독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하느님을 사랑했기에 내 생은 사랑과 의미 가득한 눈부신 날들이 됐다.

다음은 하느님이 나를 가톨릭교회로 부르셔서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신 것이다. 어머니이신 교회의 품속에서 나는 영적 인간으로 변모돼 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움이신 마리아의 딸, 살레시오 수녀로 부름을 받은 것이다. 내 일상은 수도공동체와 청소년들의 울림과 외침으로 매일 새롭고 즐겁다.

하느님은 이 세 가지를 통해 최고의 선물을 나에게 주셨다. 그것은 선하고 관대한 많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같은 분들과의 인연을 통해 당신의 오묘한 섭리와 사랑을 보여주신 것이다.

꿈사리공동체는 미인가 그룹홈이다. 만 18세 이상의 탈북 무연고 청소년을 위한 그룹홈은 아동복지법상 신고시설이 될 수 없고 정부 보조를 받지 못한다. 신고시설 그룹홈의 입소 나이는 만 18세 미만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 중 가장 사각지대에 있는 무연고 탈북청소년을 위한 꿈사리공동체는 20년 동안 많은 신자분의 나눔과 연대의 손길로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다.

교구 내 본당 공동체의 지속적인 후원뿐만 아니라 자식이 준 용돈을 모아 찾아오신 실향민 할머니, 신문 기사를 보고 시골에서 홀로 농사지은 작물을 철 따라 보내 주시는 할아버지, 자신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지만, 열심히 기도하겠다는 재소자분, 수녀원의 살림도 녹록지 않음에도 후원금을 보내 주신 봉쇄수녀회 수녀님들, 익명으로 고액을 넣어 주신 분 등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혀 주시는 분들의 숨은 희생과 따뜻한 사랑의 손길 속에서 늘 곁에 계시는 임마누엘 주님을 만난다.

해방 75주년,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올해, 지난달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평양교구장 서리이신 염수정 추기경님께서 평화의 모후이신 파티마의 성모님께 평양교구와 북한교회를 봉헌하셨다. 또한, 한국교회는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마지막까지 북녘땅에서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신 하느님의 종 홍용호 주교와 동료 80위의 시복시성도 서두르고 있다.

순교자의 피로 점철된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서 지금도 숨은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신자분들의 기도와 희생, 나눔과 자선을 통해 갈라지고 찢겨진 남과 북은 하나로 연결돼 가고 있다고 믿는다.

순교자 성월, 이 지면을 빌려 꿈사리공동체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도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아이들과 함께 기도를 약속드린다. 특별히 한국 순교자들에게 코로나19와 수해로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와 북한교회를 위한 전구를 간곡히 청한다.

정현희 수녀(‘꿈사리공동체’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