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낙태죄 폐지는 헌법 정신에 위배”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1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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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회의, 법무부 입법 추진에 반대 성명 내고 생명수호 강조

최근 법무부가 정책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한국 주교단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낙태죄 폐지 방향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했다.

주교회의는 8월 28일 ‘낙태죄 완전 폐지 입법 추진을 강력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국가가 생명권 보호와 약자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주교단은 성명서에서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안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토대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낙태를 합법화, 비범죄화하고 처벌 조항을 완전히 삭제하는 데 기반한다”면서 “여성의 행복과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보다 앞설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아와 산모는 엄연히 서로 다른 존재이며, 태아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교단은 ‘낙태죄 완전 폐지’는 ‘태아 생명권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다수 판결을 통해 “모든 인간은 헌법상 생명권 주체가 되며, 형성 중의 생명인 태아에게도 생명에 대한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 유지를 위해 임신부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임신부와 별개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주교단은 “국가가 양성평등정책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여 낙태죄 완전 폐지를 입법화하고 태아 생명권을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헌법재판소를 통해 스스로 선언한 국가 책무를 포기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 주교단은 이미 낙태를 합법화한 여러 나라에서도 대체로 임신 주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에 앞서 상담 절차를 거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낙태를 허용하게 된다면 이것 또한 여성 건강에 치명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인간으로 태어날 배아와 태아도 온전한 ‘인격’으로서 생명의 절대적 권리를 인정받아야 하고, 국가는 인간 생명의 발달 과정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을 소중한 한 인간이며 인격으로서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교회는 국가 정책이나 법은 다수결 논리가 아닌, 인간 생명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인권, 공동선과 연대성, 사랑과 정의 등과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와 자연법에 근거하여 제정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정부에 ▲여성이 안심하고 임신하고 출산할 수 있는 정책과 입법 활동 ▲낙태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다양한 상담 지원 ▲환자와 의사 낙태 거부 권리 인정 ▲사회 문화 개선 활동 ▲사회 복지 지원 활동 등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