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냉정과 열정 사이 / 한성숙

한성숙(레지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
입력일 2020-09-01 수정일 2020-09-01 발행일 2020-09-06 제 321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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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와 견진·혼인성사까지 길지 않은 시간에 허락하신 많은 은총에 나의 신앙은 흔들림 없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았고,하느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으로 행복했다.

그러나 신앙의 열정은 육아라는 큰 산을 만나면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살 터울의 삼 남매를 키우며, 유아세례도 받게 하고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기도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신앙을 전하는 것보다 세상의 지식을 아는 것이 우선이었고, 하느님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양육했다. 신앙생활을 통해 느꼈던 감사함과 기쁨은 점점 의무감으로 변해갔다. 주일에 미사참례보다 개인적인 일상이 우선으로 바뀌자, 점점 성당에 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다.

어느새 교적에는 냉담교우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그 꼬리표는 큰아이 첫영성체 안내문을 받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면서 뗄 수 있었다.

부모교리를 시작하고, 자모회 봉사를 하면서 그동안 놓쳤던 신앙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신앙의 열정이 회복되려던 즈음 회사 동료의 소개로 미술 전공 선배의 재능기부로 성화 공부를 할 기회가 생겼다.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배워두면 신앙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성화 작품들의 역사에 관해 공부하며, 세계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성경 공부로 이어졌다.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신천지의 포교방식이라는 걸 모르고, 3개월간 열심히 배웠다. 복음방 단계를 거쳐 센터로 가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인터넷과 상담센터를 통해 신천지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나를 속인 동료에 대한 배신감과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자책마저 들었다.

신부님과 면담을 하고 복음방에서 공부했던 노트와 자료를 모두 드렸다.

신부님께서는 그래도 이단 종교에 빠지지 않고,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위로해 주셨지만, 그 후유증으로 한동안 성경을 더 멀리하게 되었다. 주님의 기도 중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라는 구절을 읽을 때마다 그때 일이 생각나곤 했다.

신앙의 열정을 이어가는 원동력은 기도와 말씀이라는 걸 몰랐던 나의 믿음은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며, 내면의 하느님을 찾지 않았고, 겉모습만 신앙인의 모습으로 살았다. 하느님이 나를 보셨다면 아마도 이런 말씀을 하시지 않았을까?

‘내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묵시3,16)

한성숙(레지나),(제1대리구 율전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