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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심는 사람들] 89. 출소여성의 대모 최혜자씨

최룡호 기자
입력일 2020-08-26 수정일 2020-08-26 발행일 1989-07-23 제 166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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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출소여성의 자립갱생위해 봉사
「아브라함의 집」「한국 출소여성문제 상담연구소」설립
출소자 취업에 신자업체부터 적극 배려를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우리사회가 출소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아직 고정돼 있는 것 같아요』

교도소나 소년원ㆍ소년감별소 등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오갈 데 없는 무의탁 출소여성들에게 자립갱생의 길을 마련해 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최혜자(데레사ㆍ46)씨.

지난 85년12월 서울 반포에 방3칸짜리 연립주택을 전세 얻어 「아브라함의 집」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출소여성들에게 직장알선 등 삶의 터전을 이룩해주고, 이들이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대우받으며 살 수 있도록 최혜자씨가 그동안 쏟아온 땀방울들은, 험악하기만 한 이 세상에서 조용히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최씨가 몇몇 신자들의 정성어린 도움과 아버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아브라함의 집」을 설립한 이래 이집을 거쳐 간 여성출소자들만 해도 현재 3백여 명에 이른다.

「아브라함의 집」을 거쳐 간 출소자들이 밝고 건전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는 최씨는 그러나『이들이 사회로 복귀한 후 모두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특히 여성출소자들은 남성출소자들에 비해 더 많은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지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최혜자씨가 이런 어려운 사업을 꾸려나가는 데는 남다른 동기가 있었다. 최씨는 어렸을 때 앓은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20대 후반 병원에서의 장기간 입원생활 중 얻은 언어장애와 심장병까지 겹쳐 죽음직전까지 간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최씨는 「나 같은 사람도 쓸모가 있으니까 세상에 보내주셨겠지」라는 강한 신앙의 힘을 바탕으로 하루하루의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주님의 은혜로 받아들이며 살아있는 동안 자기보다 더 못한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의외로 젊은 출소여성들이 한때 범법행위를 저질렀던 까닭에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 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한 것이다.

현재 매주 목요일 안양소년감별소를 방문, 재소자들의 갱생을 위한 상담활동도 벌이고 있는 최씨는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각계에서 범법자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이들에게 취업의 문을 활짝 개방해야 한다』며 특히『우리 신자들 중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이들을 적극 수용해주기 바란다』고 신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최혜자씨는 또 최근 강서구 화곡5동(주공 제2아파트 17동106)으로「아브라함의 집」을 이전, 보다 폭넓은 무의탁여성 출소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한국 출소여성 문제 상담연구소」를 개설하고 6월 12일부터 전화상담도 펼치고 있다.

출소자들도 엄연히 인격을 지닌 사회인이라고 강조하는 최씨는『현재 몇몇 뜻있는 자원 봉사자들이 활동을 도와주고 있으나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어 활동경험이 있는 활동. 상담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신자들의 동참을 부탁했다.

※연락ㆍ문의 :698~2701

최룡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