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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특집] 교황 문헌으로 살펴보는 피조물 보호의 중요성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6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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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은 하느님 선물… 보호 노력과 회개 없으면 지속 불가능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이었던 이날은 교회 내 환경 운동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기념할만한 날이다. 바로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가 반포됐기 때문이다. 교회 내 뿐 아니라 교회 밖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 문제를 다룬 두 권의 문헌을 더 내놓았다. 세계주교시노드 범아마존 특별회의 후속 교황 권고인 「사랑하는 아마존」(Querida Amazonia)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고찰 「우리 어머니인 지구」(Nostra Madre Terra)다.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두 권의 책을 중심으로 교황의 가르침과 피조물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 피조물의 보호자는 하느님 선물의 지킴이

피조물이라는 단어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조물주에 의하여 만들어진 모든 것. 삼라만상을 이른다’라는 간단한 문장으로 설명돼 있다. 하지만 피상적인 의미와 달리 실제 피조물의 의미는 보다 더 폭넓고 심오하다.

모든 개별 피조물들은 그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창조된 아름다움과 선을 지닌 존재다. 창세기 천지 창조의 모든 날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12.18.21.25)로 마무리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은 당신 창조물을 보시고 좋아하셨다. 따라서 하느님이 보시기에 피조물이 좋고 아름다운 것이라면, 우리도 이러한 자세를 받아들여 피조물을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두고 ‘지식의 은총’이라고 말한다.(「우리 어머니인 지구」 34쪽)

우리 인간 역시 하느님이 창조한 피조물이지만 인간은 단순한 피조물을 넘어 피조물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피조물의 ‘보호자’라기 보다는 ‘지배자’, ‘파괴자’에 가까운 모습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왜곡된 인간 중심주의를 매우 분명하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피조물은 저마다 고유한 선과 완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저마다 고유한 존재를 지니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신 다양한 피조물들은, 저마다 고유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지혜와 선의 빛을 반영합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각 피조물의 고유한 선을 존중하여 … 사물의 무질서한 이용을 피해야 합니다.”(339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조물이 우리 자신의 기쁨을 위하여 지배할 수 있는 소유물이나 일부 소수의 자산이 아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놀라운 선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깊은 존중과 감사의 마음으로 피조물을 돌보고 모든 이의 선익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 어머니인 지구」 35쪽)

피조물에 대한 또 다른 그릇된 태도는 마치 피조물이 우리의 모든 기대에 응답할 수 있는 것처럼, 피조물에만 의존하려는 유혹이다. 교황은 “피조물의 보호자는 바로 하느님 선물의 지킴이”라며, 피조물을 파괴하는 것은 하느님께 “저는 상관하지 않습니다”하고 말씀드리는 죄라고 말한다.

또 한 가지 피조물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하느님과 달리 피조물은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교황은 우리에게 이와 같이 경고한다. “하느님께서는 늘 용서하는 분이시고, 우리 인간은 몇 번 용서하지만, 피조물은 결코 용서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피조물을 보호하지 않으면, 피조물이 당신을 파괴해 버릴 것입니다.”(「우리 어머니인 지구」 36쪽)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9년 10월 7일 범 아마존을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특별회의 시작에 맞춰 아마존 원주민들과 행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왜 아마존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이다.(「찬미받으소서」 16·91·117·138·240항) 교황은 특히 이는 아마존 지역과 같은 곳에 해당되는 말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은 어떤 곳인가.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지역은 브라질,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 베네수엘라, 프랑스령 기아나, 이 아홉 개 나라가 다국가적으로 서로 연결돼 하나의 거대한 생태군을 이루는 지역이다. 아마존은 그 아름다움과 생태적 중요성 외에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가장 가난한 이들인 토착 부족들의 고통, 자연 파괴 등 많은 문제점으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교황은 “지구의 균형은 아마존의 안녕에 달려 있습니다”(「사랑하는 아마존」 48항)라며 강수 주기, 기후 균형, 생물 다양성 또한 아마존 밀림에 달려 있고 아마존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피조물의 보호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 아마존 지역 토착 부족들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마존 지역 토착 부족들의 지혜는 “피조물의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함께 피조물에 대한 보호와 존중을 불러일으키며, 피조물에 대한 남용을 금지”한다는 것이다.(「사랑하는 아마존」 42항)

또한 교황은 우리가 토착 부족들에게 배우며 아마존 지역에 대해 관상하며 아마존을 사랑하고 일치감을 느낄 수 있다고 가르친다.(「사랑하는 아마존」 55항) 아마존의 울부짖음을 듣고 피조물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하느님의 요구에 대한 응답이자 하느님의 도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 권고에서 원대한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난한 이들과 토착 부족들과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자매의 권리를 위하여 투쟁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존엄을 증진할 수 있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이 다양한 방식으로 빛나는 그 탁월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보전하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강과 숲을 가득 메우는 풍요로운 생명을 열렬히 지켜 나가는 아마존을 꿈꿉니다. 교회가 아마존의 특성을 띤 새로운 얼굴을 지닐 수 있도록 아마존 지역에 구체적으로 투신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꿈꿉니다.”(「사랑하는 아마존」 7항)

결국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지구 생태계와 모든 피조물들의 아름다움을 사랑으로 보호하고 지켜나가자는 것이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의 핵심이다.

「우리 어머니인 지구」
인간, 하느님 피조물이면서

피조물의 ‘보호자’이기도 해

지배와 파괴 계속된다면

피조물은 결코 용서하지 않아

「사랑하는 아마존」
9개 국가 연결된 ‘지구의 허파’

지구 균형에 중요한 곳이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되는 중

‘보호자’ 역할 토착민에 배워야

■ 생태적 회개의 필요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경 위기는 깊은 내적 회개를 요청한다”며 “피조물과 맺는 건전한 관계는 인간의 온전한 회개의 한 차원”이라고 말한다.(「찬미받으소서」217~218항)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이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덜 탐욕적이고 더 평온하며, 덜 걱정하고 더 존중하며, 더 형제적인 또 다른 삶의 양식을 선택하도록 독려하지 않는다면,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론은 있을 수 없다”라며 생태교육의 필요성과 새로운 습관을 기를 것을 촉구한다.(「사랑하는 아마존」58항)

「우리 어머니인 지구」 마지막 부분 ‘원대한 희망’이라는 글을 통해 교황은 현실과 피조물에 대한 전망이 선물, 참회, 봉헌, 형제애 이 네 단어로 표현된다고 설명한다. 소유와 권력과 남용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나 나눔과 협력과 존중으로 나아가는 치유 여정을 통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보여준 보편적 형제애로 나아가야 하는 것. 바로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한 희망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