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13) 아시아교회의 협력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6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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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환경과 인권 위해 서로 교류하며 힘 모아야
■ 중국교회
6월 들어서야 교회 활동 허가
코로나19와 정부 탄압 ‘이중고’
■ 홍콩교회
참례자 수 제한해 6월부터 미사 허용
확진자 증가에 7월 14일부터 다시 중단
■ 일본교회
2월부터 미사 중단해 6월에 재개
노약자 참례 자제… 지역별 차이 있어

지난 2월 3일 홍콩의 원죄없으신 성모 대성당에서 사제들과 신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CNS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발생 초기 아시아 지역에 큰 피해를 줬다. 발원지인 중국은 두말 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일본, 홍콩 등에 급속히 퍼졌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이 지역 교회 활동에도 큰 영향을 줬다.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가 중단됐고 각종 행사와 신자들 간의 모임이 금지됐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가 아시아지역 교회에 불러온 영향과 각 지역 교회의 대응을 살펴보고, 향후 아시아 지역 교회의 연대 방안을 모색해 본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모습들.

■ 코로나19와 정부의 탄압, 이중고 겪는 중국교회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원인 불명의 집단 폐렴 환자 발생을 발표했으며, 올해 1월 9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집단 폐렴의 원인 병원체가 새로운 변종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시작이었다. 우한을 중심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 지역 등 중국 내 바이러스 확산이 심화되자, 중국교회에서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을 앞둔 1월 22일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미사를 비롯한 공동체 활동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2월 중순에 들어서자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늘고, 확진자 수도 7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의료계가 심각한 의료용품 부족 사태로 이중고를 겪자 중국교회는 진더(進德)공익재단을 통해 보편교회에 재정과 물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진더재단은 “전국적으로 신종 코로나가 퍼져나가면서 날마다 수백 개의 마스크와 방호복이 소모되고 있고, 의료용품 부족이 위험한 수준”이라면서 “많은 중국인이 해외 원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교황청이 70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는 등 전 세계에서 지원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역 봉쇄와 방역으로 3월 중순 들어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수그러들었다. 중국 정부는 3월 25일 후베이성을 시작으로 4월 8일 진원지인 우한 봉쇄를 푸는 등 완화정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을 막는다는 핑계로 교회 활동의 재개를 허용하지는 않았다. 지방 정부의 감시를 피해 몰래 미사를 봉헌하는 본당도 있었지만, 지역 주민의 고발이 이어져 그마저도 진행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중국 정부는 6월에 들어서야 미사 재개 등 교회 활동을 허가했다. 중국종교기구협회는 5월 30일 종교 활동 재개 방안에 대해 온라인회의를 연 뒤, 6월 2일부터 쓰촨성, 산시성, 상하이 등지에서 종교 활동을 서서히 재개했다. 하지만 쓰촨성 등의 일부 성에서는 그리스도인이 종교 수업을 재개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저장성은 코로나19 예방 조치를 취한 종교 시설은 6월 2일부터 전례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다면서도 애국심 교육을 필수로 추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홍콩과 일본교회

홍콩에서는 2월 4일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뒤 시민들은 공황에 빠졌다. 생필품과 마스크와 세정제 등 방역물품이 부족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의 홍콩 입국 금지를 홍콩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홍콩정부는 본토에서 오는 입국자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를 부과했다.

홍콩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홍콩교구는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홍콩교구장 서리 통혼 추기경은 2월 13일 사목서한을 통해 “향후 2주가 대유행을 판가름할 중대한 시기라고 여겨 실망스러운 결정을 하게 됐다”면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미사를 비롯한 모든 교회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통 추기경은 신자들에게 온라인으로 방송되는 미사와 신령성체, 성경 묵상과 묵주기도로 미사를 대송하도록 당부했다.

시작은 2주간의 미사 금지였지만, 홍콩교구의 미사와 교회 활동 금지령은 5월말까지 이어졌다. 홍콩교구는 6월에 들어서야 본당 활동 제한과 미사 참례자수 제한을 조건으로 미사를 재개했다. 4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었고, 5월 일일 확진자가 50명 미만으로 줄어들자 홍콩정부는 교회의 활동 제한을 풀었다.

하지만 미사 참례자 수는 기존의 50%로 제한됐고, 통 추기경은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감염의 부담을 느끼는 신자들은 방송 미사로 대체할 수 있다고 허용했다. 하지만 7월 들어 확산세가 다시 증가하자 교구는 7월 14일 공지를 통해 추후 다른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홍콩교구는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모금활동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쿄대교구를 시작으로 2월 27일부터 미사가 중단됐다. 도쿄대교구는 2월 25일 지침을 통해 미사를 포함한 모든 교회 활동을 금지했다. 당초 3월 14일까지로 예정됐던 미사 중단은 6월 10일이 돼서야 재개됐다. 소규모 모임은 6월 21일에야 가능해졌다. 하지만 노약자의 경우에는 미사 참례를 자제해야 했으며, 75세 이상 사제는 영성체 분배가 금지되는 제약이 따랐다. 또 지역 상황에 따라 문을 열지 못하는 본당도 여전히 있다.

■ 코로나시대 아시아교회, 어떻게 연대해야 할까?

그동안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기승을 부르고 있다. 이제 그 누구도 코로나19의 종식을 말할 수 없게 됐다. 한국교회는 아직 미사를 드리고 있지만, 현재의 확산세가 지속된다면 미사 지속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교회의 연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태균(가브리엘)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혁신과 포용의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사회의 변화에 따르는 혁신, 그리고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제공해야한다는 설명이다.

또 박 교수는 교회가 이미 생명과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 온 만큼 자본주의 시장의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인류가 행복한 발전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교회가 노동과 인권, 그리고 환경과 방역의 중심에 섰던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동아시아 교회들과의 교류에서 교회의 이러한 덕목은 앞으로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