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발달장애인 자활 시설 바오로교실에서 5년째 운영 중인 ‘폴스카페’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5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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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딛고 빵 만들며 자활의 꿈 키워요”

이금자 제빵사가 8월 20일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폴스카페에서 갓 구운 빵을 꺼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빵과 음료를 구매한 수익이 모두 발달장애인들의 자활을 위해 쓰이는 사회적 선순환이 이뤄지는 가게가 있다면 어떨까?

서울 은평구 증산역 부근에 있는 폴스카페(대표 정종화)가 바로 그러한 장소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이사장 황경원 신부) 소속 발달장애인 자활 시설 바오로교실(원장 조성애)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본관 1층에 마련한 폴스카페는 항상 고소한 빵내음을 풍기며 주변을 밝게 만들고 있다. 회색빛과 벽돌 주택이 가득한 주변에서 흰색 인테리어로 한눈에 들어오는 폴스카페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빵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분위기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한 가지 특징은 음료 제조와 계산을 바오로교실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음료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머신을 능숙하게 다루며 음료를 만들고 빵 포장 및 계산도 척척 해낸다.

사실 폴스카페가 있는 바오로교실 1층은 2015년 이전까지 발달장애인 자활을 위한 작업장으로 쓰이다 비워둔 채로 오랫동안 철제 셔터가 내려가 있었다. 이에 바오로교실 측은 분위기 전환과 좀 더 나은 활동을 위해 베이커리 카페를 만들기로 결정, 바오로의 영문 표기인 폴(Paul)에서 이름을 따 폴스카페협동조합을 창립해 카페를 만들었다.

27년 간 주간보호센터, 재활작업장을 운영하며 누룽지 과자 ‘시루뫼’를 만들며 노하우를 쌓긴 했어도 카페 운영은 초보자인 바오로교실에 때마침 도움의 손길도 있었다. 홍대 부근서 제빵으로 성공한 빵집 사장님이 사정을 알고, 레시피와 인테리어 및 외관 컨설팅을 해준 것이다.

조성애(크리스티나·59·의정부교구 고양 지축동요한본당) 원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카페에서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며 느끼는 보람을 발달장애인들도 알고 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폴스카페가 생긴지 5년째, 발달장애인들은 이전보다 밝은 모습으로 사회적응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청소를 비롯해 쿠키 만들기, 바리스타 활동 등으로 역할을 나눠 단계적으로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입소문도 났다. 쿠키는 몇몇 카페에 납품하고 있고, 빵 맛에 반해 이사 가서도 빵을 사고자 일부러 찾는 단골도 생겼다.

폴스카페의 이러한 분위기는 인근 주변 분위기도 바꿔 놨다. 개업 초기 파트타이머를 거쳐 현재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이금자(아나스타시아·서울 수색본당)씨는 “처음 개업했을 때보다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항상 발달장애인들과 긍정적으로 소통하는 모습과 능숙하게 카페 일을 하는 이들의 모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