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태사도’로 변신한 찬양사도들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5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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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따라해봐요~ 환경 살리는 노래와 춤”
생태·환경곡과 율동 제작
9월 1일 명동대성당 들머리서
플래시몹 형태로 선보일 예정

8월 24일 찬양사도들이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후 선보일 플래시몹을 위해 함께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8월 24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연습실에 낯익은 찬양사도 다섯 명이 속속 들어섰다.

심보연(엘리사벳), 계만석(프란치스코), 제치원(암브로시오), 김진영(바울라), 박우곤(알렉시우스). 이내 푸른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폭염 경보가 내린 날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한창이다.

소속이 모두 다른 이들이 이곳에 한데 모인 이유는 9월 1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들머리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 후 열리는 행사에 플래시몹 형태의 노래와 율동을 함께 선보이기 위해서다.

맨 처음 아이디어는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로부터 나왔다. 강 주교는 식사 자리에서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미사 이야기를 하며 “플래시몹 같은 것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지나가듯 던졌고, 그 말을 들은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현요안 신부는 즉시 추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내 난관에 봉착했다. 플래시몹을 진행할만한 마땅한 노래가 없었던 것. 아예 이참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생태·환경곡을 만들기로 했다.

현 신부는 가톨릭 문화기획 imd 박우곤 대표에게 SOS를 보냈고, 박 대표는 가톨릭찬양사도협회(회장 유승훈)에 작곡가와 가수 섭외를 의뢰했다. 몇 차례의 조율 끝에 드디어 세 곡이 탄생했다. 경쾌한 리듬이 돋보이는 트로트 느낌의 곡 ‘지금 시작해요’(계만석 작사·작곡)와 중간에 랩이 들어가 더욱 신이 나는 ‘We can save the Earth’(제치원 작사·작곡),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동요 ‘지구야’(제치원 작사·작곡)이다.

음원으로 곡들을 먼저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는 점과 가사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충실하게 담겨 있다는 점, 그리고 생태·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곡이라는 점에서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전부터 히트 조짐을 보이는 곡들이지만 작곡가들은 이 곡들의 저작권을 교회에 넘기는 재능기부를 해 의미를 더했다.

그 다음 순서는 곡에 맞는 안무를 만드는 것이었다. 안무를 맡은 심보연씨는 “너무 단순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안무를 만들었다”며 “특히 가사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동작으로 안무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평일에 열리는 행사라 직장에 휴가까지 내야하는 상황이지만 김진영씨는 “좋은 의도로 마련된 자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너무 뜻깊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플래시몹 행사에 참여하는 찬양사도 박우곤, 계만석, 김진영, 심보연, 제치원씨.(윗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

찬양사도들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제대로 해서 붐을 일으켜 보자”라는 생각에 사비를 들여 푸른 지구를 상징하는 티셔츠도 맞추고 연습실을 빌려 함께 모여 연습도 하게 됐다.

사실 찬양사도들이 원래부터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작곡가 계만석·제치원씨는 오히려 곡을 쓰면서 생태·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곡을 만들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읽고 관련 동영상을 보며 공부했다고. 이제는 직접 쓴 가사대로 실천하는 진정한 생태사도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9월 1일에는 이들에 더해 찬양사도 양채윤(엘리사벳)씨가 함께하고, 9월 5일 열리는 제주교구 미사에는 윤순(로사리아), 황수정(율리아나)씨도 참여한다.

이들은 안무 영상을 미리 배포해 9월 1일 오후 4시 미사 참례자들과 함께 신명 나는 율동 한마당을 펼칠 예정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