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기도를

[위령기도를] 서울대교구 최익철 신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8-25 수정일 2020-08-25 발행일 2020-08-30 제 3209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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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군종신부, 하느님 품으로

최익철 신부의 장례미사가 8월 2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올해 사제수품 70주년을 맞은 서울대교구 사제단의 맏형 최익철 신부(베네딕토·원로사목)가 8월 22일 오전 9시30분 선종했다. 향년 98세.

교구 최고령 사제였던 최 신부는 1923년 황해도 안악군에서 태어나 1950년 11월 21일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황해도 사리원본당으로 첫 발령을 받았으나 한국전쟁 발발로 부산 피란길에 올랐다.

1951년 한국교회 최초의 군종신부로 군사목에 발을 디딘 최 신부는 강원도 주문진의 불타버린 학교로 처음 배치 받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군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이후 1953년 성신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2년 뒤인 1955년에는 벨기에 루뱅대학으로 해외유학을 떠났다. 1963년 서울 이문동본당 주임을 시작으로 가회동·금호동·오류동·해방촌·세종로·신천동·명수대(현 흑석동)·마천동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펼친 뒤 1998년 사목 일선에서 물러났다.

노사제는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혜를 나눠주기 위해 책을 펴내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가 사제로 살면서 손수 저술하거나 번역해 출간한 신앙서적만 해도 50권을 훌쩍 넘어선다.

한편 하느님에 대한 사랑으로 한평생을 보내온 최 신부는 ‘우표 박사’, ‘우표 신부’로도 유명했다. 1963년부터 수집한 그의 우표를 모아 2017년 서울 명동 1898광장에 ‘최익철 베네딕토 신부 우표 전시관’을 열기도 했다. 그가 반세기 넘도록 모아 온 우표는 10만 장이 넘는다. 지난 5월 펴낸 1877쪽 분량의 「천주교 우표 도감」은 최 신부의 마지막 저서였다.

최 신부는 ‘보청기 신부님’으로도 유명했다. 어려서 청각장애로 사제 성소를 포기할 뻔했던 그는 우표 전시와 저서 판매 수익금을 모아 청각장애 어린이・청소년 수백 명에게 보청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 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24일 오전 10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유가족만 참석한 채 봉헌됐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사제단의 맏형이셨던 최 신부님은 항상 쾌활하고 소탈하셨다”며 “평생을 착한 목자로 모범을 보이신 최 신부님은 한국교회와 후배 사제들에게 사랑의 큰 유산을 남기셨다”고 회상했다.

장지는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