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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주님, 이날을 맞이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예진(안젤라) 명예기자,
입력일 2020-08-18 수정일 2020-08-18 발행일 2020-08-23 제 320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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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산할 아이를 맞이할 진통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40주 출산예정일을 넘겼기에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41주를 하루 앞둔 날 새벽, 드디어 기다리던 진통이 시작되었고 서둘러 짐을 챙겨 산부인과로 향했다.

고통과 아픔을 맞이하는 일이 출산에서만큼은 곧 다가올 기쁨을 뜻하기에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나 또한 진통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점차 진통이 강해지면서 내가 어떻게 이 진통을 견뎌내야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무사히 뱃속의 아이와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이날은 우리 가정에 주님이 주신 생명을 맞이하는 거룩하고 축복이 가득한 날임을. 그래서 진통이 올 때마다 주님께 기도드렸다.

‘하느님, 저에게 이날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저와 아기를 지켜주시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제가 출산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주시고 우리 아기에게도 용기와 힘을 보내주시어 무사히 세상밖으로 나오게 해주세요. 또한 주님께서 이루시는 일 그대로 이뤄지게 하소서. 아멘.’

출산을 위한 진통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아픔이지만, 주님께서 함께하시니 출산의 아픔마저 기쁘게 받아들여졌고 견딜 만했다.

그러고나서 산부인과에 온지 두 시간여만에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다. 이 모든 일을 주님께서 허락하시고 축복을 내려주심에 감사드릴 뿐이었고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을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임신출산에 대한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던 건 주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나의 임신출산 과정은 매일 주님 말씀과 함께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매일 복음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를 드리면서 나에 대한 주님의 사랑이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며 믿음을 키워나갔다.

그래서 이제는 매순간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에 부딪혀 흔들릴때 우선 주님께 매달리고 본다.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게 해달라고 말이다. 그러고나면 내 기도에 매번 큰 은총을 베푸시는 주님의 사랑에 감동하는 순간을 선물로 받는다. 이제는 주님에 대한 믿음 없이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고통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신다.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가톨릭신문 명예기자들이 삶과 신앙 속에서 얻은 묵상거리를 독자들과 나눕니다.

박예진(안젤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