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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큰물피해’에 걱정되는 것들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08-18 수정일 2020-08-18 발행일 2020-08-23 제 3208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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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50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장기간 지속되는 장마로 곳곳에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붓고 나서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스콜’(Squall)가 같은 날씨가 그립기조차 합니다.

계속된 장마로 논밭을 비롯한 주거지역 침수, 산사태, 수재민 발생 등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해 곳곳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가져온 환경파괴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후는 지속돼야 하고, 날씨는 변화해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날씨가 지속되려 하고, 그 결과 기후가 변화하려 한다”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현재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는 한반도 전역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를 ‘큰물피해’라고 합니다. 북쪽의 보도를 보면 ‘큰물피해’가 발생해 평야지대인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지역에서는 제방이 터져 단층살림 730여 동과 논 600여 정보가 침수되고 179동의 살림집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북쪽 당국에서도 “예비양곡을 해제해 피해지역 인민들에게 세대별로 공급을 하고 은파군 농장마을 800세대를 본보기로 새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표현은 이런 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산림녹화가 돼 있지 않아 큰물피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상하수도 시설들도 낙후해 침수가 많습니다. 장비와 시설이 부족해 이 모든 복구과정을 사람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노력동원’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됩니다.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면 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각종 인도적 지원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선한 마음에 감사하면서도 다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상대의 필요에 맞는 지원이 되지 않으면 지원의 효과는 반감되고 그 반작용으로 도움을 준비했던 주체들도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는 가다듬되 그들의 필요에 맞는 지원이 적시에 적정한 수준으로 보장돼야 합니다. 철석같이 다짐을 했음에도 제재를 이유로 지원하지 못해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던 ‘제2의 타미플루 사태’가 재발되지 않아야 합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뒤에 처리함이 적절해 보입니다. 항상 선한 마음을 간직하되 이를 선한 결과로 만들어 내기 위한 의지와 노력은 필수적입니다.

“선한 사람은 선한 마음의 창고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사람은 그 악한 창고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속에 가득 찬 것이 입 밖으로 나오게 마련이다.”(루카 6,45)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