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11) 코로나19와 청소년 (상)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2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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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사-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공동기획
‘친구’ 없는 성당에 청소년은 오지 않는다
미사 중단으로 청소년 관계망 해체
재개 후에도 청소년 참례율 ‘급감’
주일학교 중단… 신앙 배울 곳 없어
부모, 교리교사 역할해 자녀 가르치고
본당, SNS 등 청소년과 접촉 이어가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교회와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들이 끊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중심에 청소년사목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며 드러난 청소년사목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을 짚어 본다. 다음 코로나19와 청소년(하)편에서는 청소년사목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사목적 활동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 무너지는 주일학교

“한번 떠난 어린 새들은 숲이 다시 조성돼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젊은 가정이 없는 교회 공동체는 적막한 숲과 같습니다.”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 신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오늘날 교회 모습을 이같이 표현했다.

조 신부는 청소년 전기의 시작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본다고 설명했다. 아동기에서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이때부터 사춘기 징후를 나타내는데 또래 집단에 강렬하게 몰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기에 속한 청소년들의 신앙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과정 속에서 청소년들은 성당에 와도 만날 친구들이 거의 없어졌다. 조 신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청소년들의 관계망이 해체됐다”고 표현했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담당 박범석 신부도 “청소년사목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청소년 사이에 가장 중요시되던 ‘관계’가 단절되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 우리신학연구소(소장 이미영)는 ‘팬데믹 시대의 신앙 실천’ 긴급 설문조사 결과발표에서 미사 재개 이후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신자 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적은 본당은 4분의 1, 많은 본당은 2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감소 정도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각 본당에서 청소년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 압구정동본당 부주임 김광두 신부는 “아이들을 대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유소년기와 청소년기의 신앙 습관을 만들어 주는 데 역부족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각 본당에서도 사목자와 교리교사의 재량과 능력에 따라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뚜렷한 결과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행 시기가 중요한 첫영성체도 많은 본당에서 못하고 있는 상황을 아쉬워하며 온라인 교육을 동반하면서라도 첫영성체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 위기 드러난 가정 신앙교육

아이들뿐만 아니라 젊은 부모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 청소년가족협의회 김현정(엘리사벳) 회장은 “미사가 재개되면서 젊은 부모들이 아이들 돌봄을 이유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가정에서도 제대로 된 신앙교육이 이어지지 않는다”며 “가정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는 자녀의 첫 번째 교리교사로서 신앙을 전수하는 역할을 지니고 있다고 교회는 가르친다. 조 신부는 “하지만 주일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면 부모로서 신앙적인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암묵적으로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으며 주일학교가 중단되고 가정 안에서도 별다른 신앙교육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사목의 관계망이 흐트러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흐트러진 관계망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금, 동반해야 할 때

“코로나19는 가장 약한 고리를 무너뜨립니다. 청소년사목도 그 중 하나죠. 특히 주일학교 교리교사회가 탄탄하지 않았던 본당들과 수동적인 신앙을 이어온 가정에서는 아예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과 같이 좋은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 정준교(스테파노·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위원) 연구기획실장은 오늘날의 상황을 우려하면서 역설적이게도 청소년들과 동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동반’의 개념”이라며 “현재는 코로나19로 모두 흩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수에 집중해서 한 명, 한 명의 아이들과 동반하는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반자의 양성과 가정 신앙교육 등 총체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함을 제안했다.

■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청소년사목

대면할 수 있는 상황이 극히 제한된 오늘날 관계성 회복을 위한 동반의 대안으로 유튜브와 줌 등 온라인 소통이 떠오르고 있다.

박범석 신부는 “청소년사목은 대면을 통한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SNS를 활용한 비대면 형식으로 교리교육을 하는 본당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이러한 비대면 노력들이 계속될 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여러 통로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상황의 중심에 있는 학생의 입장은 어떨까.

가톨릭 유스 액션(Catholic Youth Action, CYA) 표수미(비앙카·고2) 서울대교구 회장은 “성당에서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습관화 돼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제한을 받으니까 당황스러웠고 서로 조금만 버티다 다시 만나자고 했다”며 “이렇게 상황이 길어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가족들과 주일미사를 드리며 신앙을 이어가고 있고, 교구 차원에서는 화상채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리가 멀어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시간만 맞으면 볼 수 있는 온라인 소통의 장점도 설명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만큼 정확한 상황이나 감정을 전하기 어려운 한계도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온라인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한계도 인정했다. 조 신부는 “비대면이 부(不)대면을 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접촉은 안정망이 구축된 상태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얼굴을 직접 보는 최소한의 접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어떠한 시도도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태를 맞이하며 전문가들은 시대 요청에 응답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변하지 않는 교회의 유산을 간직해야 할 중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정 실장은 “교회가 세상의 변화에 응답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세상의 가치를 초월해 복음에 충실한 교회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특히 청소년들은 공동체 안에서 관계 맺음을 통해 하느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기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