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82.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3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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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교리서」 857~870항
사도들의 후계자이며 교회의 목자인 주교
‘파견된 자’라는 뜻의 ‘사도’
사도 파견은 예수 파견의 연속
교회 위해 파견된 성직자들을
그리스도 대리자로 볼 수 있어야

제가 유학 중에 어떤 다른 교구 어떤 신부님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유학 오기 이전 본당에서 아주 짧게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정치성향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하였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이 아니라 그 본당 신자들의 정치색과 맞지 않아서 쫓겨난 신부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분명 사제에게 문제가 있다면 신자들은 주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어쩌면 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정치성향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성향의 사제들을 계속 거부한다면 그것은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 종교에서의 유일하게 순종해야 할 분은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의 뜻에만 순종하고 정치가 종교를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주교에게 순종하는 것은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이지만, 개인적 성향에 맞지 않아서 주교의 뜻을 거스르면 그리스도를 거스르는 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양들이 목자를 선택하려 한다면, 이것은 어쩌면 자녀가 부모를 선택하려고 하는 모습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파견받은 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파견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도로부터 이어옵니다.’ 이것이 우리가 고백하는 교회의 4대 특성입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는다는 말은 자신들의 주교를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사도들의 후계자로 믿고 순종한다는 말입니다. 이 교회의 특성을 지키기 위해 박해받는 교회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의 ‘지하교회’입니다.

2017년 8월 15일 제주교구 문창우 주교 서품식에서 문 주교가 성인호칭기도를 바치면서 제단 앞에 엎드려 있다. 주교들은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과 하나 되어 사도들의 사목직을 이어받은 사람들이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중국에 가톨릭교회가 ‘애국교회’와 ‘지하교회’, 둘로 나뉜다는 것도 저는 로마에 있을 때 알았습니다. 저는 지하교회 신부들을 몇 명 알았는데 그들은 왠지 애국교회 신부들의 눈치를 보며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애국교회 신부들이 자신들의 명단을 중국 정부에 넘기면 자신들은 중국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애국교회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주교들까지 정부에서 정하고 서품합니다. 그러나 지하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특성을 보존하기 위해, 박해받으면서도 교황청으로부터 승인된 주교들만 서품합니다. 애국교회와 지하교회의 가장 큰 차이점이 주교가 사도로부터 이어오느냐, 아니냐입니다. 어떠한 교회는 이 특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나라에서 박해까지 감수합니다.

그리스 말 ‘사도’(apostolos)는 ‘파견된 자’란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라고 사도들을 당신 대리자로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사도들의 파견은 예수님 파견의 연속입니다.”(858) “예수님께서는 성부께 받은 당신의 사명에 열두 제자들을 참여시키십니다.”(859) 따라서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곧 그분을 파견하신 그리스도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사도를 파견하시며 “너희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고, 나를 받아들이는 이는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다”(마태 10,40)라고 하셨습니다. 이때의 사도들이 지금의 지역 주교들입니다. 주교를 받아들임이 곧 그리스도를 받아들임입니다.

기둥이 없는 건물이 있을 수 없듯, 주교가 없는 교회도 없습니다. 교회가 “사도들 위에 세워졌기 때문”(587)입니다. 마지막 때, “어린양의 아내가 될 신부”(묵시 21,9 참조)로서의 교회인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묵시 21,10-11)은 “열두 초석”(묵시 21,14)이 그 성벽을 받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초석에는 “열두 사도의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습니다.”(묵시 21,14) 이 뜻은 사도들 위에 세워진 교회만이 참 교회요 영원할 것이란 뜻입니다.

사도들은 “자기들에게 맡겨진 사명이 자기 사후에도 지속하도록” “일종의 유언 형식으로” “후계자들을 세웠으며, 또 나중에 그들이 죽으면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그 직무를 받아들이도록 법규를 마련하여 주었습니다.”(861) 따라서 교회는 “사도들의 사목직을 이어받아 그들을 계승한 사람들, 곧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회의 최고 목자와 하나 되어 사제들의 도움을 받아 이 명령을 수행하는’ 주교단을 통하여, 사도들에게 가르침을 받고 거룩하게 되며 지도를 받습니다.”(854)

특별히 “주교들은 교회의 목자들이므로, 주교의 말을 듣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사람이고 주교를 배척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배척하고 그리스도를 보내신 분을 배척하는 사람입니다.”(862)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는다는 말은 주교에게 순종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것임을 믿는다는 말입니다. 교회는 내적으로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나가 되지만, 외적으로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특성으로 하나가 됩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