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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목 어때요] 비대면 여름신앙학교 개최한 수원교구 안성 공도본당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2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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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어려워도 아이들 신앙교육 멈출 수 없죠”
준비물 꾸러미와 부모 가이드북 전달해
가정에서 부모 도움으로 2박3일간 진행
SNS 채팅방으로 인증 사진 남기며 소통

비대면 여름신앙학교 중 한 참가 어린이가 미션 수행 후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비대면 여름신앙학교 중 분장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일학교 아이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시기는 일상 속 만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본당 주일학교도 마찬가지다. 주일학교 재개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여름이 되면 당연한 행사로 여겨져 왔던 본당 여름신앙학교나 캠프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수원교구 안성 공도본당(주임 함상혁 신부)이 7월 24~26일 2박3일간 개최한 초등부 비대면 여름신앙학교 ‘집에서 여신 속으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준비된 특별한 주일학교 여름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로 주일학교 교리 수업이 어렵게 되자, 본당은 ‘아이들 신앙교육은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돼야 한다’는 뜻에서 교리 활동지와 부모님과 함께하는 복음 나눔 활동지를 우편으로 보내는 등 교육을 이어왔다. 공동체와 함께하는 미사가 재개되면서는 한 아이씩 당번을 정하고 각자 가장 아끼거나 예수님을 생각하며 꾸민 작품으로 제대를 장식하게 했다.

함상혁 신부(뒷줄 왼쪽 두 번째)와 주일학교 관계자들이 어린이들이 꾸민 제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여름신앙학교(이하 신앙학교)는 그 활동의 연장선상이었다. ‘아이들의 여름을 책임지던 신앙학교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모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중단할 수 없다’는 교리교사들의 자발적인 마음이 기폭제가 됐다.

제목 ‘집에서 여신 속으로’의 ‘여신’은 여름신앙학교의 약자다. 가정에서 함께하는 여름신앙학교라는 의미가 재치 있게 담겨 있다.

본당은 30명 선착순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준비를 진행했고, 참여 학생들에게는 준비물이 들어있는 ‘여름신앙학교 키트 박스’를 전달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부모들의 협력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본당은 「부모님 가이드 북」을 제작해 각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싣는 등 부모들의 이해를 도왔다.

행사는 ‘기쁨과 즐거움을 제가 맛보게 해주소서’(시편 51,10)를 주제로 ▲나 사랑하기▲너 사랑하기 ▲우리 사랑하기 ▲예수님 사랑하기의 4가지 사랑하기 활동으로 구성했다. ‘내’가 주체가 되어 사랑할 수 있는 범위는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고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리는 취지였다.

형식은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마다 주제에 따른 활동 카드를 뽑아 내용을 수행하고 SNS 카카오톡 채팅방에 인증 사진을 남기는 방식이었다. 프로그램 시간을 시간마다 알려줘 동시에 시작해 동시에 끝날 수 있도록 교사들은 채팅방에서 대기하며 피드백을 해줬다. 요리 자랑대회와 파자마 파티 등 공동 프로그램 외에 각 활동은 4~5가지로 준비돼 학년 눈높이에 맞춰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상의해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각자 명찰을 꾸며 목에 걸고 주임 함상혁 신부의 개회식 영상과 함께 시작된 신앙학교. 그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교리교사들을 온라인에서나마 만나는 아이들의 설레고 들뜬 마음은 매 시간 온라인에 넘쳐났다. 직접 얼굴을 보며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은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함상혁 신부와 아이들이 온라인 채팅방에서 함께한 ‘신부님과 Q&A’ 화면.

‘예수님 사랑하기’ 활동에서 함 신부가 출연한 ‘신부님과 Q&A’는 절정이었다. ‘신부님은 쉬는 시간에 뭐 하세요’ 등 엉뚱한 질문도 나왔지만, 어린이들이 그들 시선으로 본당 사제와 하느님에 대해 얘기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본당의 이번 여름신앙학교는 코로나19로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부모들에게 그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로도 뜻깊었다.

이승민(야고보·11), 승원(요한사도·9), 승아(베레나·7) 세 자녀의 신앙학교 참여를 도운 강수진(로사)씨는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앙적인 시간에 대해서, 또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주일학교 아이들과 만나고, 신앙교육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이 컸다”고 신앙학교 개최 의미를 설명한 함 신부는 “기존의 주일학교 방식이 모두 불가능한 상황에서 박해시대 신자들이 편지로 서로의 믿음을 격려하고 지켰던 것처럼, 당분간은 가정교리와 통신교리를 병행하는 형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본당은 하반기에 통신교리와 비대면 은총 잔치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지속해서 아이들이 예수님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