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공동체는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 / 서용운 신부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
입력일 2020-08-11 수정일 2020-08-11 발행일 2020-08-16 제 3207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회적 자본이란 가족관계를 넘어선 사회 구성원 간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이 역량이 어느 공동체에서든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대기업의 팀장이 부하직원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고 가정해보자. 팀장은 부하직원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이룬 성과나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며, 업무에 대해 사사건건 개입하게 되고 재확인하게 된다. 이 말은 즉 팀장이 팀에 대한 목표나 비전을 연구하고 기획할 여유와 여지가 없이 팀원의 일을 재확인하는 차원에만 머물기 때문에, 결국에는 팀원과 팀장의 일이 같게 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팀원은 늘 수동적이며,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의 미래가 어떨지는 뻔히 보인다,

반면에, 사회적 자본이 높은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일이나 업무에 대해 믿고 맡기게 되며, 직책이 높은 구성원은 조직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을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하위 구성원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운 상황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능동적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공동체일수록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의심’이 공동체 안에서 맺게 되는 열매는 ‘분열’과 ‘갈등’이다. 이 의심이 많은 공동체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에너지를 집중하기보다는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감정적 에너지를 허비하기에 주어진 일만 수행해도 피로도가 높고 새로운 일에 대해 거부감이 크고 힘겨워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우리 교회는 신뢰 형성에 역점을 두어야지만 기존의 사목과 더불어 ‘유기체적 협력 사목’이라는 앞으로의 방향성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사제들이 신학교에서부터 ‘수평적 수업방식’을 통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와 의견을 많이 교환해야 하며,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 자주 부딪히고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은 불편한 상황과 낯선 상황에 많이 접촉해봐야 한다. 그럼으로써 나와 생각이 다른 이와 ‘더불어’ 사는 방식을 체득함으로써 양보와 협력을 배우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신뢰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신뢰 역량이 큰 사제가 본당 사목활동을 하게 된다면 평신도들에게 많은 영역을 내어줄 수 있고 사제는 본당의 방향성과 장기적인 비전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겠습니다”(사도 6,3-4)라는 말씀이 현재 교회공동체에는 불가능하게 들려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