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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인터뷰 /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 이성효 주교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8-04 수정일 2020-08-04 발행일 2020-08-09 제 3206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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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술 적극 활용하되 근본 원칙 잃지 말아야”
비대면 상황 속 신앙생활
디지털 도구 유용하지만 전례·성사적 의미 못 지녀

이성효 주교는 “인터넷과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복음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는 사목에 시대의 도구를 이용해 왔습니다. 교회는 세상의 도구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죠.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온라인과 디지털 소통 또한 교회는 발맞춰 나갈 것입니다. 또 인터넷과 디지털 도구를 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복음화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청 문화평의회 위원이자 수원교구 총대리인 이성효 주교는 “인류는 기후변화나 질병, 전쟁과 같은 위기 극복을 통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하고, 문화 안에 토착화하면서 발전했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비대면 사회에서 우리는 IT 기술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추구하고 있으며,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우리는 단절된 사회가 아닌 기술 발전을 통해 협력하고 연대하고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가톨릭신문사(사장 김문상 신부)와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원장 김동원 신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심포지엄에서 ‘교회와 디지털 환경’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심포지엄은 오는 9월 5일 오전 10시 수원교구청 강당에서 열린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와 교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한국교회는 신자들과 함께 드리는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기도 했다. 이 미사 중단 시기, 교회는 방송 미사와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들에게 위로와 교회의 가르침을 전했다. 코로나19로 가속된 디지털 환경은 교회의 사목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또 다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등 비대면 상황이 빈발하고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온라인과 디지털 소통 방식에 전례적·성사적 의미가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된다. 지난 6월 9~13일,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지역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년까지 주일학교 학생 98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0%가 미사와 고해성사도 인터넷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주교는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 있는 가족과도 수시로 얼굴을 보고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얼굴을 본다고 해서 함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이처럼 전례는 보는 것, 볼 수 있는 것에 성사성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사에 참례하더라도 성체를 모시지 못했다면 미사에 온전히 참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인간은 디지털적 존재가 아닌 것처럼, 우리 신앙의 핵심인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들을 디지털로 대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주교는 “TV 미사 시청을 통한 대송은 완벽한 채워짐이 아닌 성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 주교는 교회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 주교는 “교회는 하느님을 선포하는데, 복음화에 도움이 된다면 세상의 기술을 수용하고 이용하며 발전시켜왔다”면서 “이콘 성화나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시대의 첨단의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 주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당대의 첨단학문이었던 수사학(修辭學)의 교회 내 도입을 주장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이 주교는 “과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해주지만 한편으로는 위기와 불안을 야기하기도 한다”면서 “교회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열린 자세로 나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교는 지난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 참석자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한 새로운 기술과 대화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바로 인간 중심성과 선에 대한 보편적 가치, ‘기술적으로 가능하거나 실현 가능한 모든 것이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원칙이다.

이 주교는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시한 원칙을 따르며 사목활동에서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도 교회의 전통을 지키면서 신자들을 교회를 끌어 모으고 가르치는 다양한 새로운 방식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새로운 전통으로 정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