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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수업 방식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서용운 신부

서용운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
입력일 2020-08-04 수정일 2020-08-05 발행일 2020-08-09 제 320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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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 주최한 PBL 콘퍼런스를 다녀왔다. PBL에 관한 몇 개의 강의와 사례발표로 이루어진 콘퍼런스는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있던 필자에게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몇 개의 강의 중에서 특히 숙명여자대학교 박윤수 교수의 ‘수업방식은 학생 간 사회적 자본에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사회적 자본이란 가족관계를 넘어선 사회 구성원 간 서로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 이는 사회 발전과 경제성장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우리 교회 구성원 간의 협력과 신뢰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수원교구는 ‘통합 사목’을 지향하고 있다. ‘통합 사목’은 다른 말로 유기체적 협력사목이다. ‘유기체적 협력 사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제외한 사회 구성원들과 어떻게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우리도 알다시피 타인과 협력하는 것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이와 서로 소통하고 토론해 보고 협력해 보고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진 사회일수록 사회적 자본이 높다. 이런 협력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좋은 기회는 바로 수업의 장이다. 학교에서의 수업방식이 사회적 자본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수업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수직적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수평적 방식이다. 수직적 방식은 교수가 강의하고 학생들은 노트에 필기하며, 질문은 교수가 학생에게 한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 관계이다. 수평적 방식은 학생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토론에 참여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배우는 방식이며, 질문은 학생이 교수에게 한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수평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처음 보는 사람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강의 성향이 수직적인 국가일수록 신뢰수준이 낮은 것이다.

이 지표는 학생 간 상호교류를 촉진하는 수업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증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을 키우기 위해 사회에게서 이러한 수평적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우리 교회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모든 교육의 장이 수직적 교육이 아닌 수평적 교육을 통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리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 구성원들은 각자가 속한 자신의 공동체가 사회적 자본(신뢰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고 수평적 교육과 사회적 자본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자체가 ‘협력 사목’의 기초가 되리라 생각한다.

서용운 신부(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