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회 시각으로 본 ‘한국판 뉴딜’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0-08-04 수정일 2020-08-05 발행일 2020-08-09 제 3206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포용과 상생의 정책 되도록 가톨릭교회가 방향 제시해야
정부, 친환경 경제 추진하고 사회안전망 강화 등 약속
기후위기 대응 계획 부족
일자리 문제 해결안도 미비
구체적으로 보완할 숙제 남아

가톨릭기후행동이 7월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매주 금요일마다 이 장소에서 ‘금요기후행동’을 이어가며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가톨릭기후행동 제공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은 불평등 해소와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가 없고, 수십 년간 고착된 대기업 중심 경제 전략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과 사람을 보호하는 구체적 계획을 보완해나갈 숙제가 남았다. “인간의 자유와 진보를 위한 모든 참된 활동과 노력을 장려하고 지지하는 교회”(「간추린 사회교리」 60항 참조)도 정부가 하느님 나라의 가치에 맞갖은 정책을 펼치도록 길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7월 14일 청와대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6년 동안 국고 114조 원을 직접 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 포함 총 160조 원을 투입해 190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지난 4월 22일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 구상 첫 발표 이후 83일 만에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왔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대한민국 성장의 두 축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실업과 양극화 등의 문제는 사회안전망을 폭넓게 구축하는 ‘휴먼 뉴딜’로 대응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면서, 그 속에 사람이 중심되는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 특정 계층이나 특정 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는 투자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포용하는 개념이라며 “서로 포용하고 함께 혁신하는 길”이 지향점임을 밝혔다. 이는 인간존엄 확립과 연대, 협력을 통한 사랑의 문명 건설(「간추린 사회교리」 580~582항 참조)을 추구하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백종연 신부는 “경제·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은 국가가 마땅히 세우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이주형 신부도 “정부의 이번 정책에는 세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대립을 화합과 상생, 협력과 연대로 풀어나가겠다는 취지가 읽혀진다”며 “전반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계획은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척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정책만으로는 기후위기와 노동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톨릭기후행동은 7월 28일 성명을 발표, “그린 뉴딜의 목적은 ‘탈 탄소화’가 돼야 한다”며 정부안이 기본적으로 기후위기 인식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성명에서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로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과 노동자, 지역주민의 울부짖음에 대한 응답이 돼야 한다”며 “지속가능하고 지구와 사람들에게 해로운 경제활동을 금지하는 ‘생태경제’를 지원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백종연 신부도 “말로만 그린 뉴딜이지, 실제로는 경제성장을 위해 그린이라는 이름을 이용하던 기존 정책과 별다름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일반적 의견”이라며 “구조적 변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데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7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한국판 뉴딜 정책을 비판했다. 무분별하게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휴·폐업이나 구조조정 등 고용위기에 대해 정부 차원의 예방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점, 대기업과 원하청 구조로 고착화된 한국의 고용분배구조의 한계를 개선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이 자리에서 지적됐다. 이주형 신부는 “‘목민’(牧民·백성을 다스림)의 지향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노동현안의 사각지대를 발굴·해소하고 노사 간 첨예한 교섭을 중재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여기에 뛰어드는 것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