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사제단상] 꾸르실료회관 건립 계획에 대한 의견/조군호 신부

조군호 신부 · 서울 수유1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0-08-03 수정일 2020-08-03 발행일 1989-06-25 제 1661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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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운동 종합회관」으로 건립을
일선 사목자로서 가끔 이런 걱정을 해 보곤 한다. 본당내에서 봉사적인 위치에 내노라 할만한 사람이면 으레 꾸르실리스따요, 레지오마리애 간부, 또ME 부부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똑 같은 한사람이 여러 가지 신앙운동에 가담되어 있기에 그들의 생활을 보노라면 신심이 약해서인지 내 자신이 먼저 피곤감을 느끼고, 신앙생활이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과연 복음정신을 교회가 옳게 펴나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시 될 때가 없지 않다.

우리네 한국사회의 흐름이 조선왕조폐망 이래 지금까지 얼마나 격동적인 시대양상을 띠어왔는가 두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오늘날 역시 그 가변적 상황, 위기의식에 접하는 사회의 근저는 동일하게 흐르고 있다. 뿐더러 이런 현실사회 속에서 모두가 나름대로 생존경쟁을 위해서는 또 얼마나 분주하게 뛰어야만 하는가. 생업을 따로 갖고 있지 않는 사목자로서는 그 구체적인 실전의 고뇌와 참상을 알 길 없지만 현재적 삶을 위한 신자들의 사회생활이 참으로 고달프겠거니 하는 막연한 연민을 품어 보곤 할뿐이다.

때문에 이런 동기에서 가급적이면 성당이라는 곳에 한주간의 세속적인 삶에 시달린 신자들을 하느님 안에 쉬게 해 주는 영성적 역할, 자부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참신하게 또 한 주간을 살아갈 수 있는 생기와 희망을 안고 교우들이 가뿐한 심신으로 성당문을 나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실상 그래야만 그야말로 시편기도 대로 『주님은 나의 사랑, 나의 피난처』(시편143, 2)『야훼님은 내 바위시오, 내 보루시오』시편 70, 3)하는 신앙고백을 교우들이 그 실존의 바닥에서 체험하는 생활한 신앙에로 나아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만의 단견인지는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현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못한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그 반대적인 현상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한국교회의 경우 일선 사목자들이 과다한 사목업무량에 지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은 교회 안에서도 익히 알고 있다. 때문에 더욱 사제의 영성적 쉼이나, 또는 건강을 위한 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비등하고 있다. 교회자체에서도 이를 위한 관심과 배려가 구체화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신자들의 경우에도, 특별히 본당에서 봉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보고 싶다. 가정형편상 적당한 시간을 택해 최소한 가정기도를 1주간에 1회는 가지라고 권장한다. 그 경우에도 일부이기는 하지만(본당공동체를 위한 핵심적 종사자단 사목위원, 단체장)이분들은 실상 그럴 시간의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무리일까. 생업을 위해 들려야하는 시간, 또 사회적 삶 안에 가지는 여러 인간관계를 위한 유대와 만남, 가정을 위한 부모로서의 역할, 거기에 교회 안에서까지 사목회 모임, 울뜨레야모임ㆍ레지오 회합, ME쉐링 등 정말 이분들은 어떻게 이 중량을 감당하고 있을까 경탄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여기서 논하고 싶은 것은 사제들의 경우는 별도로 하고 봉사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신도 계층을 위해서도 이제는 교회가 무엇인가 보다 적절한 배려 내지는 정리, 정돈을 해주어야할 단계라고 본다. 신앙봉사, 다양한 신심생활도 좋지만 심도 있고 푸근함이 있는 영성적 쉼이 있는 지신의 삶을 위해서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에 복음적으로 충실한 여건조성을 위해서도 그렇다고 본다.

따라서 사목회이건, 신심활동이건 가급적 1인1역할로 국한시키며, 그 대신 신심활동의 경우에는 보다 많은 신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했으면 싶다. 모든 면에 그러하듯 신앙운동의 경우도 개인적인 고유한 개성에 따라 레지오, 성령기도, 꾸르실료, MBW등 한 방향으로 정착하도록 교회나 사목자들이 배려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근자에 접한 꾸르실료회관 건립계획에 감히 수정 제안을 하고자하는 바이다. 물론 꾸르실료운동이 한국교회에 기여한 공로나 실적을 경시해서도 아니고, 또는 꾸르실료교육을 위한 장소문제로 겪는 서러움, 애로사항을 몰라서도 아님을 전제로 하고 드리고 싶은 제안이다.

신심운동이 어느 종파를 이루는 실체도 아니요,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보다 사회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효율성 있게 신심운동을 펴나가자는 견해에서 일뿐이다. 만일 독자적으로 꾸르실료회관을 건립한다면 분명 조만간에 레지오회관 건립, 성령운동회관 건립, ME운동회관 건립 추진운동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그렇다면 이왕 꾸르실료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신심활동 단체들, 또는 지도신부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의하고 숙의하여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심운동종합회관으로 통합 건립할 수 있게끔 방향을 조정, 설정할 수는 없을 까하는 바램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70년대 이후 신자급증과 더불어 여러 곳에서 성당신축으로 인해 재정적 순교를 감수하고 있는 우리 교회신자들의 현실적 상항을 감안할 때 이러한 수정요청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보편적 교회의 지체들로써 연대적인 사랑과 관심 속에 바람직한 한국교회, 우리사회를 이루어나가야 하지 않나하는 소복한 일선사목자로 서의 제안을 드리며 기대해보고자 한다.

조군호 신부 · 서울 수유1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