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545) 당신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나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20-07-21 수정일 2020-07-21 발행일 2020-07-26 제 320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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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 말이나, 6월이 되면 부모님께서 계신 제주도로 짧은 휴식의 시간, 즉 휴가를 다녀오곤 합니다. 그런데 작년 이맘 때였나, 6월 중순이 지나서 휴가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 내가 탔던 제주도행 비행기에는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여행에 나섰는지 젊은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한껏 멋을 부리고, 웃고, 설레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마음속으로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생각했습니다.

활주로를 타고 오르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가는데, 휴가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그리도 잠이 오는지!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을 자서, 눈을 떠 보니 이내 곧 제주도에 거의 다 도착을 했습니다. 저 – 멀리 한라산이 보이고, 푸른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여야 정상인데…. 하지만 그날 제주도 날씨는 비… 비… 비…. 조금 전까지 엄청난 비가 왔는지 짙은 구름 사이로 비행기 창에는 수많은 물방울들이 맺혔다 사라지곤 했습니다. ‘장마가 다시 시작 됐나….’

그날, 일기예보로는 서울은 맑지만, 제주도에는 비가 올 확률이 조금 높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암튼 비행기가 착륙을 하는 순간에도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착륙한 비행기는 어디론가 이동을 하고, 나는 쏟아져 내리는 비를 보며 창밖을 감상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아마도 젊은 친구들이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보며 뭐라 뭐라 말을 하는 듯 했습니다.

드디어 비행기는 어느 지점에 섰고, 우리를 태우려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간단히 가방 하나 둘러 맨 나는 내리는 차례가 되어 비행기 계단을 내린 후 버스에 탔습니다. 버스 안에 서서, 여러 일행들이 여기저기서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한 부류의 말입니다.

‘누가 이 비가 오는 날 날짜를 잡았냐…. 아이 짜증나, 지금 장마 시즌 아냐? 설마 여행 내내 비가 오는 건 아니겠지? 제주도에는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냐…. 빨리 차 렌트해서 숙소로 가자…. 아니, 가면서 어디를 들려야 하는데… 나는 이렇게 비 맞으면서 안 갈래… 나는 지금 배가 많이 고픈데… 맛집 식당을 예약을 했어, 우리 거기 가야해… 나는 맛집이고 뭐고, 숙소에 들어가 좀 쉴래… 아니, 뭐 이러려고 제주도까지 왔냐… 날씨가 이런데 뭐 어쩌라고….’

그런데 다른 일행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와, 쏟아지는 이 비가 작렬인데… 저기 좀 봐, 어렴풋 바닷가 쪽에 물안개까지 올라오네, 와우… 여기 제주도 날씨가 이국적이고, 몽환적이다, 그치? 우리가 가는 곳에는 산림이 울창한 지역도 지나 갈 건데, 그 쪽으로 가게 되면 분위기는 정말이지 끝내 주겠다… 그거 아니, 여름에 비 맞으면서 하는 수영도 재미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너희들 배 안고파? 지금 밥이 문제냐, 어디든 빨리 가자… 좋아, 좋아….’

사실 버스 한 가운데 손잡이를 잡고 있었던 나는 앞–뒤–좌–우, 몇 부류의 사람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몰랐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의 오른쪽 귀에 들려오던 말들과 나의 왼쪽 귀에 들려오는 말들이 달라도 어찌 이리 다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제주도. 그리고 습도로 인해서인지 주변에 안개마저 가득한 제주도 날씨를 보면서 나누는 생각과 이야기가 정반대의 분위기로 흘러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의 제주도 일정은 어떠했을까!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제주도에서 어떻게 지냈을까! 그러면서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실 건가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