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인천 부평1동본당, 코로나19 대응 책자 발간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5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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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웠던 코로나19 사목 노력 기록… 이후 교회가 할 일도 제시
미사 중단에서 재개 이후까지 모든 과정 정리
시간별 사목 방침 세울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
온라인에서 인쇄물까지 대상별 맞춤 정보 전달
미사 재개 후 줄어든 참례율에 대한 성찰 담아
인천 부평1동본당(주임 현명수 신부)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극복의 지혜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본당의 사목 대응」(166쪽, 이하 「코로나19 사목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자에는 2월 22일 예정됐던 본당 견진성사 연기부터 시작해 미사 중단 중 본당의 사목 대응과 미사 재개 후 치밀한 사목적 성찰까지, 코로나19와 관련된 모든 사항이 망라돼 있다.

부평1동본당의 역량이 총집결된 「코로나19 사목 대응」은 코로나19 극복 노력과 성과는 물론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냉철한 반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 발간하기까지

코로나19는 한국교회에 일찍이 없었던 전국 모든 교구의 미사 중단이라는 충격을 던졌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평1동본당이 발간한 「코로나19 사목 대응」 발간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교회 전체에 필수적으로 유익한 정보와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사목 대응」은 모두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장 ‘교구 지침에 따른 본당 대응’과 3장 ‘본당의 시간별 사목 대응’이 책자 전체의 핵심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부평1동본당은 2월 21일 인천교구에서 코로나19 대응지침이 각 본당에 공지된 후 추가 교구 지침이 나올 때마다 임시사목회를 열었다. 임시사목회에서는 본당이 놓여 있는 특수상황을 감안해 교구 지침에 명시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본당 차원의 세부지침이 정해졌다.

보다 중요한 것은 3장 ‘본당의 시간별 사목 대응’ 부분이다. 부평1동본당은 2월 22일부터 6월 14일까지, 특히 이 기간 가운데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이던 5월 초까지는 거의 매일 현명수 신부와 사목회(회장 유운호) 위원들이 임시사목회를 열어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누다시피 코로나19에 대응할 본당 방침을 시행해 나갔다.

「코로나19 사목 대응」 책자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발간될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과정들을 본당 기획홍보분과(분과장 김진이)가 주도해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사진과 영상자료도 시의적절하게 책자 편집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 본당은 코로나19에 어떤 정신으로 대응했나

‘미사는 중단됐지만 신앙은 중단될 수 없다.’ 부평1동본당은 미사 중단으로 성전 문을 닫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신앙은 중단될 수 없다’고 다짐했다.

4장 ‘사안별 사목 대응’ 중 ‘신앙생활의 단절을 막기 위한 대응’, ‘본당 구성원 간의 지속적인 연계와 소통을 위한 시도’, ‘지속적인 신심활동을 위한 노력’ 부분에서는 부평1동본당이 신앙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주일미사와 평일미사를 포함하는 ‘미사를 대신해서 드리는 가정전례’ 인쇄물을 만들어 신자 가정에 배포했다. 구역장과 반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강론은 현 신부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신자들에게 전달했다. 여기서 매체 활용의 숙련도와 구역반 및 단체 활동 여부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통신수단 활용이 능숙한 신자들을 위해서는 본당 인터넷 카페, 구역반과 단체에 속한 신자들에게는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로 강론 전달이 어려운 신자들에게는 휴대전화 대용량 문자메시지 전송을 활용했다. 통신수단을 원활히 접하지 못하는 노인 신자 등을 위해서는 임시 주보를 인쇄해 가정에 전달했다. 모바일 메신저 전송과 주보 전달에 구역반장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물론이다.

미사 중단기간 중 방송미사 시청은 여러 의문을 던졌다. 주례 사제가 본당 신자들에게 낯설고, 미사를 여러 차례 방송하다 보니 미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사를 소중히 여기지 않게 된다는 신자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부평1동본당은 유튜브 영상 장비를 구입하고 작동법을 익혀 본당 자체 미사를 신자들에게 송출했다. 유튜브 미사 참례시간을 엄격히 정하고 복장도 단정히 할 것을 당부하는 등 본당에서 봉헌하는 미사와 다름없는 자세를 갖추도록 했다.

인천 부평1동본당 사목회 위원들이 4월 21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목회의를 열고 있다. 인천 부평1동본당 제공

인천 부평1동본당 신자 가정이 3월 29일 유튜브로 중계되는 본당 주임 현명수 신부 주례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인천 부평1동본당 제공

■ 코로나19를 겪으며 어떤 성찰해야 하나

「코로나19 사목 대응」은 시간적 기준으로 보면 ‘과거’를 기술한 기록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과제를 진단하고 있다는 데서 이 책자가 지닌 진면목을 찾을 수 있다.

부평1동본당은 「코로나19 사목 대응」을 발간하면서 본당 신자들이 꾹꾹 눌러 적은 의견들을 모았다. ▲성사와 전례의 소중함과 그 대체에 대한 새로운 경험 ▲신자 단체의 구성 방법에 대한 새로운 경험 ▲말씀의 전파에 새 매체를 활용한 경험 등은 코로나19에서 얻은 긍정적 요소들이다.

이 모든 긍정적 요소를 합한 것보다 중대한 문제점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미사가 재개된 후 평균 미사 참례 인원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50% 전후에 그친다는 점이다. 왜 절반 가까운 신자들은 성당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코로나19 사목 대응」은 ▲취학 연령 자녀들 가정 돌봄 ▲코로나19 불경기에 따른 경제적 이유 ▲미사 중단 시기에 습관화된 주일 의무 해이 등을 원인으로 꼽으면서 “전문 연구기관의 정확한 연구가 이뤄져야 분명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제를 한국교회에 던지고 있다.

◆ 부평1동본당 주임 현명수 신부

“다음 세대 교회에 도움 줄 수 있는 ‘징균록<懲菌錄>’”

인천 부평1동본당 주임 현명수 신부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와 본당의 사목 대응」(이하 「코로나19 사목 대응」) 책자 발간 이유를 “서애 유성룡 선생이 「징비록」(懲毖錄)을 남겼다면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웠고 그 과정을 담아 ‘징균록’(懲菌錄)을 기록했다”라는 비유로 설명했다. 「징비록」은 조선 중기의 문신 유성룡(1542~1607)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징비’는 ‘지난 일을 경계해 후환을 삼간다’는 의미다.

현 신부는 “코로나19는 일찍이 교회가 겪은 적이 없는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이미 전조 증상이 있었다”며 “사스나 메르스 등은 코로나19만큼은 아니어도 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부평1동본당이 처음부터 「코로나19 사목 대응」 책자를 낼 계획이 없었지만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또 생길 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 본당의 경험이 같은 일을 겪게 될 다음 세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책자 발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본당이 기울인 노력을 신자들에게 알릴 필요도 있었다.

현 신부는 교구 차원에서도 하기 힘든 책자 발간 작업을 본당이 나서서 하게 된 또 다른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한국교회에는 여러 연구소들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교회의 사목 방향을 제시한 연구물은 아직 찾아보기 힘듭니다. 부평1동본당이 「코로나19 사목 대응」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다른 교구나 본당에서도 같은 목적의 책자를 발간하고 이런 노력들이 합쳐져 한국교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사목 방침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현 신부는 미사 중단 기간을 거쳐 다시 미사가 재개됐지만 미사 참례율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 현상에 깊은 고민을 드러냈다.

“개신교 신자들은 기를 쓰고 예배에 참석하려 하는데 가톨릭 신자들은 본당에서 철저히 방역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가톨릭 성직자로서 신자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인지 성찰하고 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