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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정전(停戰)이 아닌 종전(終戰)으로 / 박천조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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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은 1950년 6월 25일 시작됐던 한국전쟁이 3년 1개월 2일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잠시 멈춰 버린 날입니다. 완전히 멈춰 버렸더라면 7월 27일이 전쟁이 끝났음을 기억하는 기념일이 됐을 것입니다만 우리는 전쟁이 멈춰 버린 날이 아닌 전쟁이 시작된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잠시 멈춰 버린 이 기간 동안 우리와 북쪽은 알게 모르게 여러 분야에서 경쟁과 함께 극단적인 갈등의 시간을 보내 왔습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한국전쟁 기념사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의 GDP(국내총생산)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우리가 북쪽을 압도하고 있습니다만 우리와 북쪽은 잠시 전쟁을 멈추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따라 전쟁은 언제고 다시 시작될 수 있고 이 경우 그 피해는 우리와 북쪽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뤄 놓은 이 ‘일상의 평화’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고 북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하기에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이 동원돼야 합니다.

얼마 전 북쪽은 개성공단에 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습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이끄는 방식이 참으로 거칩니다. 그럼에도 앞서 말씀드린 ‘일상의 평화’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평화’에 대응해 2년여간 북쪽이 감내했던 부분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쟁광 볼턴의 회고록에서도 드러났던 것처럼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북쪽은 협상의 성과를 위해 노력합니다만 큰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북쪽은 2019년 연말까지는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을 밝히지요. 그러나 미국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우리 역시 4·27, 9·19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전을 시킨 부분은 없었습니다.

북쪽으로서는 2019년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현 상황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습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의미이지요. 그 과정에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가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폭파’라는 부분에 깜짝 놀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북쪽은 자신들의 의지를 ‘폭파’라는 방식으로 이미 표출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 ‘영변 냉각탑 폭파’라는 퍼포먼스를 했던 적이 있지요. 이번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그와는 정반대의 입장을 대내외에 알리는 것입니다. 북쪽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평화’에 대응해 자신들만 감내하고 있는 이 현실이 속상한 것입니다. 이제는 전쟁의 완전한 끝냄을 위해 우리가 북쪽에 무엇을 해 줄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천조(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