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원교구 광명 소하동본당, 무대책 개발사업에 신앙생활 위기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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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로지르는 도로 계획
성모 동산·14처 옮겨야 하고 성전 재건축 불가피한 상황
“많은 신자분 관심·기도 부탁”

광명 소하동본당 박대영 총회장이 구름산지구 개발사업이 원계획대로 진행되면 사라지게 될 성모동산을 가리키고 있다.

‘대책 없는 존치계획 온몸으로 결사반대!’, ‘탁상행정 존치 계획 광명시장 각성하라!’

수원교구 광명 소하동성당(주임 조영준 신부) 마당과 입구 맞은편 사제관, 수녀원 건물 벽에 걸린 현수막은 지금 본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변해 준다.

본당은 현재 소하동존치위원회(위원장 조영준 신부, 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광명시의 구름산지구 개발사업으로 성당의 존치가 위협받는 상황에 대치 중이다.

내용은 이렇다. 광명시는 2025년까지 소하동 일원에 사업비 3525억 원을 투자해 77만6000여㎡ 부지에 5096세대 규모의 주거단지와 근린생활 시설 등을 환지 방식으로 조성하는 구름산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체비지 대상에 해당하는 본당 구역이 성당과 공소, 수녀원 부지 5050㎡인데, 개발 계획에는 초기부터 존치라며 건축물(성당)만 남겨 놓은 상황이고, 또 제대로 된 협의 없이 현재 성당 마당을 가로지르는 주도로가 계획됐다는 것이다. 사업이 원계획대로 추진되면 본당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다. 성당만 남은 상태에서 사무실과 성모 동산, 창고, 십자가의 길 14처, 화장실 등을 모두 이동해야 하고 성전 재건축이 불가피하게 된다.

본당은 성당 건물만 남겨두면 ‘내부에 화장실도 없는 처지에서 건물 방향이나 배치에도 문제가 생기며, 도로와 너무 근접해 소음이 심할 것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존치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시 측 계획대로 진행 시 성당 재건축은 필수적이니 대책을 세워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광명시는 원래 계획대로이니 문제가 없고, 현행법상 보상해 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2015년부터 진행한 사업에 성당이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내세우고 있으나 본당은 “초기 단계부터 민원 발생을 예상했으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귀책사유는 동일하다”고 맞서고 있다.

본당은 또 ‘광명시가 2016년까지 실무자가 2~3회 방문해 신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문서화된 것도 없고 무엇을 의논했는지 공문화 된 것도 없는 상태’라고 시의 주장에 항의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19일 박승원 광명시장이 실무자들과 함께 본당을 방문해 주도로의 노선 변경을 지시했음에도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광명시는 기 환지 배정 토지주를 설득해야 하고 교통 안정성 평가 등 제반 절차로 인해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노선 변경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측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획한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상적 신앙생활을 끊김 없이 연속적으로 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그렇지 않다면 현재 모습을 존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구성된 위원회는 현재까지 16회에 걸쳐 광명시와 관련 회의를 진행했고 지난 4월 8~28일까지 광명시청 앞에서 여섯 차례의 1인 시위를 전개했다. 본당 신자 대상의 설명회를 비롯한 지구 본당 신자들의 서명운동도 전개해 성당 존치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본당은 존치를 최우선적 목표로 본당 및 지구 신자들 서명 결과에 따른 탄원서를 제출하고 행정소송까지 염두에 두며 광명시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위원회 부위원장 박대영(요셉) 총회장은 “중단 없이 미사를 봉헌하고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가장 주된 요구사항”이라며 “많은 신자 분들의 관심과 기도를 청한다”고 밝혔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