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 박창희

박창희(베드로)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4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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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미사가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4월 말부터 본당 공동체 미사는 재개되었으나,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미사에 참례해야 하고 미사참례자 수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2월 말부터 중단된 각종 행사, 교육, 단체 모임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6년 가까이 매주 만나서 주 회합을 했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을 벌써 5개월 가까이 단체 SNS 대화방을 통하여 비대면으로만 주 회합을 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미사가 중단된 동안 성체를 모시고 싶은 간절한 제 마음을 만났고, 공동체 미사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며, 교우들과 함께했던 신앙공동체 생활의 그리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영성체한 다음 자리로 돌아와 마음속으로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받은 데 대한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가득합니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신앙생활도, 일상생활도 불편하고 힘들어졌지만, 매일매일의 삶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함을 깨닫게 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라틴어 ‘그라시아’(gratia)는 ‘감사’, ‘은총’을 뜻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인생살이의 모든 것이 은총의 근원이신 하느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신앙 행위가 된다고 합니다. 요즘은 전보다 더 주님께 감사의 화살기도를 자주 바치게 됩니다.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며 특별히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지 못해 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누려왔던 일상의 모든 삶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주님께 대한 감사한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처음 겪는 미사 중단 사태로 당황도 했고, 반 모임에 나가거나 레지오 마리애 회합을 할 수 없는 등 갑작스럽고 힘든 상황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은총이 우리 안에 들어오도록 받아들이고, 그 은총을 발견하고 완성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서로 대면하여 만나지 못하지만, 기도 속에서 더욱 깊이 만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마태 8,26) 주님께서 함께하시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믿음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수많은 은총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두려움의 구름에 덮여 있지만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며 이웃과 세상에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코로나19 덕분에 제 삶에 뿌려진 하느님 은총의 충만함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박창희(베드로) 제2대리구 분당구미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