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19로 더 힘든 농민들, 그 대책은?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0-07-14 수정일 2020-07-15 발행일 2020-07-19 제 3204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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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농산물’ 살리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가까워져야
외식·급식 줄며 식재료 소비 감소
애써 키운 농작물 팔 수 없어 ‘울상’
비대면 배송·농산물꾸러미 기획 등 유통 소비 체계에 다양한 변화 시작
도시민의 ‘의미 있는 소비’ 유도해야

7월 19일은 제25회 농민 주일이다. 한국교회는 1994년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이하 우리농)를 설립했다. 우리농은 출범 직후부터 농민 주일 제정을 위해 노력했다. 이에 주교회의는 199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7월 셋째 주일을 농민 주일로 정하고 1996년 첫 농민 주일을 지냈다. 우리농은 지난 26년간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생명농업을 살리는 한편 생명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농민들은 전례 없는 새로운 위기 상황을 맞게 됐다. 농민 주일을 맞아 농민들이 처한 현실과 위기탈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 전례 없는 위기에 빠진 농민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광풍은 농민들에게도 들이닥쳤다. 대파와 같은 작물들을 수확해봤자 팔리지 않아 울상인 농민들의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이하 농경원)이 6월 8일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이후 외식·학교급식 분야의 농식품 소비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4월 작년동기 대비 식재료 구매액이 약 2조3817억 원 감소했다. 또한 등교수업 연기로 약 6324억 원에 해당하는 학교급식 식재료가 납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타격은 비단 소비적인 측면의 문제만을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꼽히는 기후변화도 현재 농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전 세계적 기후변화로 급격히 변하는 날씨에 작물들이 대처를 못하면서 사과·배 같은 기존 작물들의 재배 지역이 점점 북상하는 모습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농 상임대표 안영배 신부도 6월 7일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이 자연환경에 민감한 산업인 만큼, 예측과 대응이 소용없을 정도로 이상기온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겨울철 고온으로 인해 올해 농가에 여느 때보다 병충해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 위기에 대한 교회 및 각계각층의 해법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농촌상황을 돌파하고자 교회를 포함한 각계각층에선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 우리농은 ▲비대면 배송 ▲농산물꾸러미 기획 ▲우리농 생활공동체 활동가의 우리농산물 나눔 독려와 배송 ▲워킹스루 나눔과 같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안 신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본당 내 우리농 나눔터는 폐쇄됐지만 각 가정에서 농산물 소비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유통 소비 체계의 다양화와 효율성이 현재 농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핵심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농은 꾸러미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정 내 일상 식재료를 공급하고 도농 직거래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농은 또한 코로나19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기후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플라스틱 줄이기 및 탄소 배출감소를 위해 농산물의 환경 친화적 포장재 전환을 위해 위원회를 조직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는 기후변화에 농민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 날씨에 관해 지역별로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농민 생존을 위한 ‘공익직불제’ 보완도 대책으로 제시된다.

정현찬(미카엘) 위원장은 “정부가 5월부터 추진 중인 공익적 가치 소득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직접 지불하는 ‘공익직불제’를 보완해 농어민들이 안심하고 국민을 위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안동교구 본부가 안동 풍산공소에서 7월 12일 오전 11시 미사 후 신자들을 대상으로 공소에서 재배한 생명농산물 직판 및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안동교구 본부 제공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6월 24일 서울 명동 옛 계성여고 자리에서 진행한 친환경 농산물 특별나눔. 서울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제공

■ 앞으로의 과제는?

코로나19는 농민들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교회가 강조해오던 생명농업에 대한 소중함을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체감시키고 있다.

농경원이 5월 8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 변화’ 현안분석에 따르면,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준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비중은 도시민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총 69.5%를 차지했다. 친환경 농산물 구매량이 증가했다고 대답한 인원도 전체 21.2%나 됐다.

이러한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생명농업에 대한 가치 인식 확산을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진행해야 할 적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위원장은 “교회 내에서 살아있는 먹거리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진행되는지 의문”이라며 “기존에 본당활동에 쓰이던 우리농 매장 판매 수익을 생명농업을 이해하는 교육을 위해 사용하도록 전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한길 가톨릭농민회장 또한 “교회차원에서 생명농산물에 대한 판로 확대를 포함한 구체적인 푸드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안 신부는 “농민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아가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같은 교회 내 가르침과 2015년 ‘UN 농민 권리 선언’에 나오듯 농업과 농민, 특히 소농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산물의 주요 소비자인 도시민들이 의미 있는 소비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농경원이 5월 20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농식품 소비분야 영향분석’ 현안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4.2%가 농식품 국내 생산 및 자급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이는 생명농업으로 재배되는 국내 농산물에 대한 인식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부분이다.

안 신부는 “우리 모두가 유기성이 충만한 생명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생명을 나누는 실천에 동참해야한다”며 “교회에서는 다양한 농촌체험 활동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인식하며 생명을 경외하는 심성을 살려가자”고 강조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