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 사태에 대한 교회의 진단과 이후의 사목방향 모색] (7) 교회와 사회 (하)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8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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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웃도 ‘인간다운 삶’ 누리는 세상을 꿈꾸며
코로나19로 불붙은 ‘기본소득’ 논쟁
교회 또한 불평등 개선책 고민해야
시민사회와 연대한 구체적 실천 중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회와 사회(상)에서는 코로나19로 드러난 우리 사회 가난한 이들은 누구이고 그들에게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큰 틀에서 살펴 봤다면, 교회와 사회(하)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돌아보고자 한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모든 인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교회는 사회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코로나 장발장’으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

코로나19로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욱 고통이 크다는 진단 속에 급기야 ‘코로나 장발장’이 등장했다. 지난 3월 23일 너무 허기진 나머지 구운 달걀 18개를 훔친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붙은 단어다. 훔친 달걀은 총 5000원어치로, 코로나19로 일용직 일자리를 잃고 열흘 넘게 굶주리다가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다른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남성 2명이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동제한 명령을 어기고 다른 마을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다 체포됐다. 또 필리핀 현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역 간 이동이 제한되자, 동네 어르신들이 식료품 지원을 하는 현지 가톨릭 기관에 찾아와 집에 쌀이 없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7일 텅 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지나가는 것인지를 선택하고, 무엇이 필요하며 무엇이 불필요한지를 가려내는 때”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동시에 코로나19는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비춰주고 있다고 진단하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올해 사제성화의 날 미사 강론에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 시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 조건

코로나19 이후 사회 안전망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보편적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 쟁점이 되고 있다. 노동과 고용 시장의 변화로 소득 불평등 정도가 깊어진 것이 배경이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동 불안과 불평등 심화, 미비한 사회안전망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본소득 논의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지난 4월 경기도는 모든 도민들에게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1인당 10만 원씩 지급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본소득 발언을 언급하며 “기본소득은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피할 수 없는 경제정책이자 복지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제21대 국회에 당선자를 배출하며 처음 진출한 기본소득당은 매달 60만 원의 기본소득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교황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경제적인 평가로 제한할 수 없는 본성과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소 생계비를 주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교황은 2013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치와 경제의 최종 목적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모든 경제적, 정치적 이론이나 활동은 인간의 존엄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최소 생계비를 주는 데에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적었다.

또 올해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전 세계 사회운동 단체 대표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금이야말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고려할 때일지 모른다”며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 교회와 사회가 연대하는 법

자선은 그리스도교 본질 중 하나다. 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굶주리는 쪽방촌 주민들을 비롯해 서울역 노숙자 등 우리 사회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교회 내 전문가들은 이제는 단순한 자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제 분배 체계 등 불평등을 해소하고 가난한 이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구체적 실천을 위해 앞장설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박동호 신부(서울 이문동본당 주임)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해 ▲비판적 기능 ▲긍정적 통찰 제시 ▲민간 영역 지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박 신부는 “사회적 약자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그들이 받는 혜택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 정책이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에 생긴 틈새를 메꾸기 위해 시민사회에 영감을 주거나 시민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사회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인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그 취지와 정신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운영에 있어서는 다방면으로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지 않다”며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 도입과 운영은 한국사회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에게 정직한 모든 정보들이 투명하게 공유되는지도 관건”이라며 기본소득 제도의 성공적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