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식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7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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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한일 관계 풀어보려 종교인·시민단체 모였다
한-일 화상으로 연결해 행사 진행
2019년 5월 첫 모임 시작으로 6~7차례 모임 가지며 의견 조율
“시민들이 주체되어 희망 만들 것”

7월 2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식에서 손미희 공동대표가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고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이 발족했다.

발족식은 7월 2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강주석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사회로 열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한국과 일본 양국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일본 측 참석자들은 영상으로 발족식에 참석했다. 비록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만났지만 한일 간 화해와 평화를 추구한다는 마음만큼은 맞닿아 있었던 자리였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은 한일 양국의 종교계와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국가적 이해와 편견을 초월해 진정한 화해와 평화를 찾자는 공감대에 근거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무척 크다. 기구 명칭에 ‘플랫폼’(Platform)을 붙인 이유도 ‘광장’에 모여 많은 이들의 의견을 모으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왜 만들었나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고 현재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를 종교인들과 시민단체가 앞장서 풀어보자는 것이 조직 목적이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 아베 정권은 경제 보복조치를 취하고 무역 갈등에 이어 한일군사정보공유협정(지소미아) 논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는 일찍이 없었던 파국 상태에 이르렀고 지금도 양국 정부는 현 상황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모든 국내외 이슈를 덮으면서 한일 관계 개선은 시민들의 관심에서조차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식 참석자들은 발족 취지문에서 “한일 시민들이 함께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서로 소통해 새로운 가치와 희망을 만들어 내는 연대의 틀을 제공할 것”이라며 “폐쇄주의, 획일주의를 지양하고 개방과 공유라는 플랫폼 원칙에 충실함으로써 변화와 진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발족 취지문에서 천명된 원칙은 4가지다.

▲한일의 아픈 과거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인식과 탐구를 공유해 그 아픈 역사의 희생자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한국전쟁 종전과 평화협정 실현 등을 포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일본의 평화헌법 유지를 위한 일에 최선을 다한다. ▲동아시아의 비핵지대화와 군축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에 관한 공동의 비전을 모색하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한일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의 평화, 인권 감수성을 확대하기 위해 평화교육과 인권교육을 추진하고 차세대의 지도력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

이상의 발족 취지에서 알 수 있듯 한일 정부가 해야 하지만 못하는 일을 종교계와 시민사회계가 대안세력으로서 자발적으로 실행하겠다는 데서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의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은 발족식에 앞서 한일 양국 참석자들 간에 1년여에 걸친 충분한 만남과 논의 과정을 거쳤다. 2019년 5월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1차 모임을 시작으로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모두 3차례 사전 모임을 가졌고 한국 측과 일본 측이 따로 모여 올해 1~6월 3~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 누가 참여하고 있나

한국과 일본에서 화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인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핵심 구성원들이다. 공동대표는 한국과 일본 각 4명씩 모두 8명이다. 한국 측 공동대표단은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정인성 교무(원불교 평양교구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일본 측 공동대표단은 오노 분코 스님(군마제종교자모임), 타카다 켄씨(전쟁반대·9조 수호 총동원행동), 노히라 신사쿠씨(피스 보트), 미쓰노부 이치로 신부(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 예수회)다.

운영위원으로는 한일 각 13명씩 참여했다. 한국 측은 강주석 신부, 정상덕 교무(원불교 중앙총부 영산사무소장), 신승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장) 등이며, 일본 측은 이즈카 타쿠야씨(일본 NCC 동아시아 화해와 평화위원회), 이시카와 유키치씨(아이치 종교자 평화의 모임), 오다가와 코씨(재한피폭자문제시민회의) 등이다. 이 외에 한일 각 1명의 서기를 두었으며 사무국 실행위원은 한국 측 4명, 일본 측 8명이 맡는다.

사회를 맡은 강주석 신부가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식이 일본 측과 화상회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 앞으로 어떤 활동하나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이 향후 전개할 활동 방향은 이번 발족식에 참석한 일본 사무국 사토 노부유키씨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토씨는 영상을 통해 “원래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통치하지 않았더라면 1945년의 한민족 분단은 있을 수 없었고 우리 일본인과 일본은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웃 나라인 일본과 한국 사이의 미래 지향적 관계는 과거 역사를 마주하고 기억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과 일본 평화헌법 유지 ▲한일 시민사회와 종교계 사이의 정보 공유와 연대를 통한 네트워크 강화 ▲중대하고 긴급한 한일 공동 사안에 대한 입장 공식 표명 등의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한 실행력 확보와 협의를 위해 1년에 1회 이상 최고 의결기관인 한일 합동 운영위원회를 열기로 했으며, ‘한일 화해와 평화 플랫폼’ 발족 취지를 살려 한일 합동 운영위원회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발족식 말미에 이뤄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한일 양국 간 젊은이들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젊은이들의 연대는 향후 동북아 평화를 위한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에 평화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동의 장을 마련하고 활발한 교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