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예수님 믿는 사람들이 왜 그래요? / 박민규 기자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7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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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믿는 사람들이 왜 그래요?”

종종 무신론자들에게서 듣는 질문이다. 어떠한 교리적인 설명으로도 대답하기 힘든 내용이다. 차별금지법 발의를 두고 보수 개신교 일부 교단의 과격한 반대 시위를 보면서 누군가 “양보 없는 믿음보다 올바른 양심이 더 낫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첫 발의된 이후 번번이 무산되는 데 이들의 목소리가 크게 한몫 했다.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성경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을 하느님 창조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교리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을 인간으로서 배척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결코 아니다. 「사목헌장」은 “인간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29항)고 명시한다.

차별금지법의 골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도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을 제외하고도 평등한 인권을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2000년 전 예수님이라면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공생활 중 예수님은 그 시대에 소외되고 비난 받았던 이들과 함께했다.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자녀라는 이유에서다. 우리 신앙인의 목적은 좁게는 서로를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넓게는 생태계 회복까지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에 있다. 차별금지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관계의 단절을 회복하는 가장 첫 단추인 것이다.

은연중에 우리 안으로 스며든 차별의 시각을 성찰하고 회복해 나갈 때, 누군가 “혹시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먼저 알아보지 않을까.

박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