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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중고등부 아이들 교리교육 현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 서용운 신부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
입력일 2020-07-07 수정일 2020-07-07 발행일 2020-07-12 제 320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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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탬플 대학교 심리학과 로레인 스타인버그 교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10~50대를 대상으로 어느 나이대가 신호등을 잘 지키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빠르게 도착할수록 보상을 주기로 한 실험인데, 결과는 흥미로웠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10대 아이들이 신호등을 가장 잘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수를 하나 두자, 10대의 아이들이 신호를 가장 무시하게 되었다. 그 변수는 바로 ‘친구’의 시선이었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10대 아이들은 친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중요시하던 가치관과 신념도 포기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이에 의하면 아무리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아이일지라도 친한 친구가 신천지에 가면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평소 신념이나 가치관이 아닌 친구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관련 사목자들은 10대들의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여 또래 문화를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성당에 정착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 통틀어서 교리 1시간, 미사 1시간을 성당에서 보낸다 하더라도 또래 문화가 형성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성당 아이들의 또래 문화가 형성되는 때에는 보통 여름 신앙학교나, 성탄제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자주 만나게 될 때이다. 종종 사목자의 지향에 따라 성탄제를 없애기도 하는데 이는 성탄제라는 프로젝트가 또래 문화에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교리교육도 또래 문화 형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일주일에 한 번 뿐인 교리 1시간이지만 또래 문화 형성에 이바지한다면 아이들은 성당을 더욱 안정적으로 다니게 될 것이다. 현행 주입식 교리교육 방식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 역동성만 형성하게 돼 또래 문화 형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PBL을 제시하고자 한다. PBL이란 문제 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또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으로,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주체적으로 문제나 프로젝트를 해결해나가면서 학습하게 되는 수업방식이다.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문제나 프로젝트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 수업 방식은 교사와 학생만이 아닌 학생과 학생의 역동성이 주를 이루게 되어 또래 문화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를 맞이하여 비대면, 비접촉 문화에서 또래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일반 교육 현장에서는 온라인상에서도 학생들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소수 접촉과 온라인을 병행하면서 또래 문화 형성에 유리하도록 설계 하고 있다. 즉 청소년 관련 지도자들이 관심만 가지고 또래 문화 형성에 초점을 둔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19 시대일지라도 10대 아이들 사목에 또래 문화 형성을 배제한다면 중고등부 사목의 비전은 찾기 힘들 것이다.

서용운 신부 (수원교구 제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