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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평화이야기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6-30 수정일 2020-07-01 발행일 2020-07-05 제 3202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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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순교자들 희생, 평화의 씨앗 되길”
존중… “치유는 서로 간의 존중에서 시작”
용서… “종전선언과 평화 위해 용서해야”
사랑… “갈등을 녹이는 것은 진정한 사랑”
평화… “남북이 서로 믿고 협력해야 가능”

올해 6월 25일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대구·광주대교구, 의정부교구 등 전국 각 교구는 오전 10시30분을 전후해 교구별 지정 장소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일제히 봉헌했다. 다만 마산교구는 사정에 따라 이날 오후 7시30분에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강론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교회가 강조하는 평화이야기를 소개한다.

■ 기억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남북한의 군인들과 민간인들을 언급하며 전쟁의 참상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전쟁 중 순교한 순교자들을 기억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의 종 홍용호 주교와 신상원 주교를 비롯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은 공산 정권에 체포돼 순교했고 교회 건물은 몰수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 지역에서도 수많은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이 순교하거나 행방불명 됐고 사제의 행방을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가족이 참살당하는 처참한 일들도 벌어졌다”며 전쟁의 아픔을 기억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저 너머 북쪽 강원도에는 주인을 잃은 평강본당(이광재 신부 사목지)과 이천본당 그리고 신앙마저 잃은 채 굶주림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랑하는 교구민들이 있다”면서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인 동시에 하느님의 종 이광재 신부님과 동료 순교자들의 순교 70주년이 되는 해”라고 밝혔다. 김 주교는 “순교자들의 희생을 주님이 주신 평화의 씨앗으로 봉헌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새롭게 시작하는 첫날이 되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 존중

“서로가 다른 것을 다른 것으로 존중하는 가운데 진정한 통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70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의 상처가 가슴 깊이 남아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치유의 시작을 서로 간의 존중에서 찾았다.

권 주교는 “이념과 체제가 다르다고 서로 편을 가르며, 장벽을 쌓고 살아온 세월이 70년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핑계를 대며 여러 방면으로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안보를 위해 얼마나 서로를 이용해 왔는지 모른다”면서 “통일은 다른 것을 다른 것으로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도 스스로의 욕심에서 벗어나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며 “이 땅에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도와 정성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용서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에페 2,14)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이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이날 강론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적개심을 허물고 용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주교는 “전쟁의 흔적을 아주 없애기 위해서는 휴전이 아니라 종전선언이 이뤄져 완전한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평화에 대한 의지를 역설했다. 이어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평화를 위해서는 서로 용서해야 하며, 저마다 평화의 사도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용서를 강조하며 “용서는 전 인류 가족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논리를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땅에 용서의 문화를 창달해 ‘용서의 정치’가 펼쳐질 때 정의는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띠게 되고 평화는 더욱 항구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랑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한반도 갈등, 남남 갈등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정 주교는 1914년 12월 24일 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로 총부리를 겨누던 독일군과 영국군이 중간 지대에서 만나 서로 성탄 인사를 나눴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정 주교는 “병사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처럼 서로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하느님 사랑을 살아갈 수 있는 신앙인이 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자”며 “그래서 갈등으로 서로의 벽을 쌓고 있는 이 한반도에 조그마한 누룩 같은 평화의 사도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은총을 청한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매일 밤 9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모경 바치기 등 구체적인 노력을 적극 실천하자”고 말했다.

■ 평화

“개성 남북 연락 사무소 폭파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최근 한반도 평화 기류를 언급하며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변 강대국들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관계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판문점선언에서 확인한 민족 자주의 원칙에 따라 남북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도 “우리는 평화와 교류의 분위기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남북이 평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대화 협력을 결코 중단할 수 없으며 우리 신앙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천적인 노력과 기도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하춘수 신부는 “평화는 사치스런 구호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어 평화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헤어진 가족이 만나고 어렵지 않게 안부를 묻고 답하고, 어려울 때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에 이어 남북한이 그동안의 약속을 지켜 나가며 ‘평화의 탑’을 쌓아가자”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교구 주교단과 사제단이 6월 25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 성슬기 기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왼쪽 두 번째)와 총대리 장신호 주교(조 대주교 오른쪽) 등 사제단이 6월 25일 주교좌범어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 제공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제대 가운데)와 총대리 옥현진 주교(김 대주교 오른쪽) 등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6월 25일 교구청 성당에서 거행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 광주대교구 홍보실 제공

대전교구 사제단이 6월 25일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며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박영호 기자

의정부교구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한 신자가 간절히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 박민규 기자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