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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일 특집] 영화 ‘두 교황’ 팩트 체크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6-23 수정일 2020-06-23 발행일 2020-06-28 제 320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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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사임·소탈한 차림·피아노 연주… 영화 속 ‘두 교황’ 모습 사실일까?
외부 강압 없이 소신에 의한 교황직 사임
실제로 청빈한 모습 영화 속에 잘 표현돼
음악에 대한 관심 커 2009년 앨범 발매도

교황 주일(6월 28일)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황,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하 베네딕토 16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두 교황’을 팩트 체크한다!

■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스스로 물러났다?

“내가 그만둔다고요. 교황의 자리에서 물러나겠소, 모든 것을 내려놓겠소.”

영화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자 베르골료 추기경은 “교황은 사임할 수 없는 자리”라며 “교황은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이자, 종신직이기 때문에 권위가 있는 것”이라고 사임을 만류한다.

실제로 베네딕토 16세는 영화 내용처럼 2013년 2월 교황직 사임을 선언했다. 당시 사임 이유는 ‘기력 약화’ 등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했지만, 많은 이들은 그의 사임 배경을 두고 정치적 권력 다툼을 비롯해 급작스러운 질병이나 음모, 협박 때문이라는 무수한 추측을 쏟아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항간에 떠돌던 음모론에 대해 2017년 대담집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누구에게도 협박 받지 않았다”며 “그런 시도가 있었다면 절대 사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교황 사임에 관한 규정은 교회법전 제332조 2항에 명시돼 있다. “혹시라도 교황이 그의 임무를 사퇴하려면 유효 요건으로서 그 사퇴가 자유로이 이루어지고 올바로 표시되어야 하지만 아무한테서도 (그 사퇴의사가) 수리될 필요는 없다”는 조항이다.

사임이 외부의 강압이나 사기, 착오 등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이뤄지고 사퇴 의사가 올바로 표시될 경우에는 사임이 가능한 것이다. 영화 속 내용처럼 700여 년 전인 1294년 192대 교황인 성 첼레스티노 5세는 자신이 무능하다고 여기고는 자진 사임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통을 거부한 검소한 복장이다?

영화 속에서 베르골료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에게 “과연 소박하게 산다는 게 가능이나 할까요?”라고 묻는다. 또 화려함에 익숙해져 있는 교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아름답지만 비어 있다. 마치 재로 덮인 불꽃 같다”는 표현도 서슴 없이 한다.

뒤이어 콘클라베(교황 선거)를 통해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소탈하고 푸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화려한 전통 복장을 따르지 않고 검소한 차림새로 대중 앞에 나선다.

실제로 청빈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수수한 차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즉위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타난 그는 소박한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전통과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복 색이나 장신구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던 역대 교황들과는 확연히 달랐다는 평.

교황의 흰색 수단은 레이스나 프릴 장식도 없이 단순하고 소박했다. 교황의 십자가 목걸이도 금목걸이가 아니라 그가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부터 사용해 오던 철제 십자가를 찼다. 교황권을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는 교황이 즉위하면 금으로 새로 제작하는 것이 관례지만, 교황은 수십 년 전 디자인 됐다 방치한 주조 틀에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를 만들었다.

그의 검소함은 평소에도 잘 드러난다. 스위스 명품 ‘롤렉스’ 시계를 애용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독일 명품 시계를 착용했던 베네딕토 16세와 달리 그는 스위스 대중 브랜드 ‘스와치’ 시계를 주로 찬다.

영화 ‘두 교황’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 베네딕토 16세도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했다?

“이제야 알겠어요. 세상의 공허함과 덧없음을요.”

영화에서 베네딕토 16세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고해성사를 하며 세상의 공허함과 덧없음을 이제야 알겠다고 고백한다. 또 “영혼이 어두운 밤을 헤매고 있었다”고도 표현한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의 첫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을 인용해 “기억하십시오. 진실은 중요하지만 사랑이 없는 진실은 견딜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진리 안의 사랑」을 정확하게 인용한 대사는 아니지만 실제로 이 회칙에는 베네딕토 16세의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공허함과 덧없음에서 교회의 존재 이유를 발견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유한하고 덧없는 것을 뛰어넘도록 촉구하고, 끊임없이 모든 이의 유익을 추구하며 일할 용기를 줍니다.”(78항)

또 회칙에서 그는 우리 삶의 싱거움(공허함)은 ‘사랑’으로 간을 맞춰야 충만해진다고 비유한다. “지식이 인간을 그 시작과 끝에 비추어 이끌어 주는 지혜가 되려면 사랑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야 합니다.”(30항)

한편 영화 속에는 베네딕토 16세가 피아노 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실제로 음악적 기질이 풍부했던 집안에서 자란 베네딕토 16세는 어릴 적부터 형인 게오르크 라칭거 신부와 함께 오르간이나 피아노 합주를 즐겼다. 특히 그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앨범 발매로도 이어졌다. 그는 2009년 ‘Alma Mater’(기르시는 어머니)라는 음반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세계적 음악가들의 음악에 베네딕토 16세가 5개 국어로 기도와 강론 등을 담았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