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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상 ‘징계권’ 삭제 찬반 논란… 교회가 말하는 올바른 교육 방법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6-23 수정일 2020-06-23 발행일 2020-06-28 제 320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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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보다는 ‘사랑’으로 지켜주세요
“아동학대 막으려면 체벌부터 금지해야” VS “사랑의 매 합당… 국가 개입 불필요”
극단적 아동학대 발생하며 체벌 금지 명문화 의견 제기
교회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녀의 존엄성 지킬 것 강조
부모가 사랑·신심 본보기 되고 참고 기다리며 아이 이해해야

가톨릭교회는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할 것을 강조한다.

최근 극단적인 아동학대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법무부가 ‘징계권 삭제’ 칼을 빼 들었다. 아이에 대한 부모 체벌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오인돼 왔던 민법 제915조(징계권)를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6월 10일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되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모의 체벌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아동의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 징계권을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랑의 매는 필요하며 자녀 교육에 대한 개입은 국가의 과도한 침해”라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어떤 가르침들을 전하고 있을까.

■ 자녀 교육은 부모의 권리·의무

가톨릭교회에서는 자녀 교육에 대해 꾸준히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해 왔다. 가정은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는 최초의 공동체로, 자녀들은 가정 안에서 반드시 부모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2004년 주교회의가 펴낸 가정을 위한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에는 이러한 부모의 역할이 잘 설명돼 있다.

해당 교서에서는 “가정은 더욱 풍요로운 인간성을 기르는 한 학교이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녀들은 가정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덕행 즉 친절과 책임감, 정직, 예의범절, 감사하는 마음, 협동심, 이타심 등을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부모는 자녀의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전인교육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느님과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신심으로 가득 찬 가정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고, 자녀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에 관한 권고 「가정 공동체」 36항에서 “부모는 성장과 발전의 소명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새로운 인간을 사랑 안에서 낳음으로써, 그 인간이 완전한 인간생활을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임무도 맡게 된다”고 말했다.

■ 자녀는 부모의 종속·소유물 아냐

그러나 이렇게 교회가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한다고 해서, 자녀를 부모 마음대로 해도 되는 종속물이나 소유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녀는 부모와 독립된 인격체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책임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타고난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적힌 「가톨릭 교회 교리서」 1738항에서도 이 같은 교회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권고 「가정 공동체」 26항에서 “인간들의 공동체인 가정에서는 특별한 관심이 자녀에게 집중되고, 그들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존경과 그들의 권리에 대한 지대한 존경과 관심이 발전돼야 한다”며 부모와 별개의 인간 주체로서 존엄성을 지닌 ‘자녀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돈보스코 청소년 센터 1층에 있는 요한 보스코 성인 동상.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 산 요한 보스코 성인은 “어떤 방식으로든 소년들을 때리고, 아픈 자세로 무릎을 꿇게 하며, 귀를 잡아당기거나 그와 유사한 처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체벌 아닌 사랑으로 솔선수범하고 인내·대화해야

교회는 부모가 자녀의 존엄성을 수호하면서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도록 체벌이 아닌 사랑으로 솔선수범·인내·대화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자칫 자녀가 부모를 원망하거나 적대심을 품을 수 있는 체벌이나 강요, 억압 등의 방식이 아니라 사랑을 바탕으로 본보기가 돼 주기, 참고 기다리기, 잘못된 점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기, 아이 입장을 듣고 이해하기 등의 방식으로 교육하도록 제언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의 사랑에 관한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부모가 자녀를 지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녀의 노력이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자녀가 자신의 부모가 인내심으로 자신을 신뢰한다는 것을 느낄 때 훈육은 격려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녀의 일부 잘못된 행동은 특정한 연령대에 전형적인 나약함과 한계에 관련된다는 것을 어른들은 깨달아야 한다”며 “늘 꾸짖는 태도는 자녀 행동의 심각성의 경중을 가리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녀의 낙담과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황은 “자녀에게 가치관을 제시할 때, 자녀의 나이와 현실적인 능력을 고려해,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방법들을 적용하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무엇보다 자녀를 아이 아닌 인간으로 봐야

이를 위해서는 자녀를 아이가 아닌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어른이 어른을 때리진 않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잘못했으니까 맞아야 한다”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의미다. 평생을 청소년을 위해 일하고 공부하며 산 요한 보스코 성인은 아이들에게 폭력적이거나 물리적인 처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누차 언급해 왔다. 「돈 보스코의 예방교육」에 따르면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러한 처벌은 젊은이들의 분노를 크게 사고, 교육자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소년들을 때리고, 아픈 자세로 무릎을 꿇게 하며, 귀를 잡아당기거나 그와 유사한 처벌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인은 “젊은이들에게는 벌이라고 의도하는 것은 뭐든지 벌이 된다”며 “잘한 일에 대한 칭찬과 경솔함에 대한 책망은 그 자체가 상이요 벌”이라고도 했다.

카를로 데 암브로지오 신부 역시 저서 「돈 보스코처럼 교육합시다」에서 자녀들에게 벌을 주기보다는 “이해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괴로움 많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정체성과 자신들의 중요성이 귀하게 여겨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부모를 포함한 모든 어른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당신이 그를 사람으로 대하는 일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는 그만큼 일찍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