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생명운동연대 등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세미나 열어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0-06-23 수정일 2020-06-23 발행일 2020-06-28 제 320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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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층 자살 증가 위기… 종교의 노력 절실”

경기 침체와 거리두기로 40~50대 내적 고통 커져
종교기관, 관계 형성 등으로 우울·스트레스 해소 도와야

6월 1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 주제 세미나 중 한국생명운동연대 공동대표 신상현 수사가 자살 예방을 위한 천주교계 활동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상현 수사,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양두석 자살예방센터장, 한국종교연합 상임고문 박종화 원로목사,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선업 스님, (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정숙 회장.(왼쪽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년층 자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정과 사회의 주요 중심축인 중년층이 경기 침체 등으로 극단적으로는 자살까지 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등 37개 종교·시민단체 연합체인 한국생명운동연대(공동대표 신상현 수사)와 한국종교연합(공동대표 김홍진 신부),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해 6월 17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2020 생명존중 국회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 한국중년세대 자살과 종교계 역할’을 주제로 논의하면서 ‘종교계’의 자살예방 활동이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살 증가 우려와 대응, 그 속에서의 종교계 역할’을 주제로 발표한 보건복지부 서일환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당장은 사회 전반의 긴장감으로 자살률 증가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2~3년 후 여파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자살률은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자살률 증가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리라는 설명이다.

실제 서 자살예방정책과장 발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의사협회는 올해 4월 협회 저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 등이 자살 위험 증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무총리 산하 자살예방정책위원회도 5월 27일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립감이 증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40~50대를 중심으로 자살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 이정숙 회장 역시 코로나19로 스마트폰·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었는데 “이런 생활은 정신을 피폐시키고 건강을 해치며 정서적 불안과 외로움을 초래해 잠재적 자살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또 ‘낀 세대’인 중장년 세대는 그 특성상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의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고 말했다. 위로는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더해지고 그렇다고 정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생활고로 자살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상당 기간 경제적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며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등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살도 경제적 이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자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종교계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정부가 재정적으로 무한정 지원해 줄 순 없는 상황에서 우울·스트레스 등을 해소해 주는 종교계 역할이 절실하다는 요청이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이날 전체 주제 발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곳이 종교계라고 생각한다”며 “각 종교기관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높인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종교기관이 “지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고립을 막아 주는 곳, 살면서 의지할 많은 스승이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생명운동연대 공동대표 신상현 수사(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위원장, 예수의 꽃동네 형제회)는 ‘복음적 가르침’과 ‘가정의 치유와 회복’, ‘사랑의 치유’ 등을 통해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치고, 자살을 막는 효과적인 길이자 기초적인 정서적 지지망인 가정이 붕괴하지 않도록 교회가 가정을 치유·회복시키고, 사랑으로 돌봄으로써 중년 남성들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