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선(善)은 확산된다 / 민경화 기자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0-06-16 수정일 2020-06-16 발행일 2020-06-21 제 320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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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기승이던 어느 날, 커피숍의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여자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뭐해. 중국에서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을 텐데.”

그 말을 들으니 그동안 무겁게 텀블러를 챙겨 다닌 게 쓸데없는 일이었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며칠 뒤 6월 4일 세계 환경의 날, 광화문에서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의 공동행동이 열렸다. 그 자리에 모인 30여 명의 사람들은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광장을 거쳐 청와대까지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팻말을 들고 이동했다. 공항 건설로 제주의 생태환경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뜻을 모은 것이다.

앞서 5월 22일 가톨릭기후행동은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아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키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고 운동을 펼쳤다.

몇몇의 사람들이 환경을 지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과연 세상이 변할까. 기후 위기가 나아질까.

커피숍에서 만난 두 여자의 말마따나 중국의 14억 인구가 바뀌지 않으면 몇 안 되는 이들의 노력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답을 찾지 못한 채, 「찬미받으소서」를 넘기던 중 한 페이지에서 시선이 멈췄다. ‘이러한 노력은 때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회에 선을 퍼뜨려 우리가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결실을 가져옵니다. 또한 삶의 깊이를 더하고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선(善)은 확산된다는 믿음.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간절하게 이 말을 새겨야 한다. 그리고 일회용 컵을 쓰지 않고, 불필요한 전등을 끄는 등 작은 행동들을 실천에 옮기자.

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