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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 결과 발표세미나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6-16 수정일 2020-06-16 발행일 2020-06-21 제 3200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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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 이탈 가속화 우려… 평신도가 교회 변화에 앞장서야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선교사목국, 사목연구소가 6월 9일 의정부주교좌성당 내 사적지 성당에서 연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 종합토론 중 한 참석자가 의견을 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사목방향 설정이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 미래를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김용무, 담당 이재화 신부, 이하 의정부 평협)와 교구 선교사목국(국장 이재화 신부), 교구 사목연구소(소장 변승식 신부)가 6월 9일 오후 4시 의정부주교좌성당 내 사적지 성당에서 개최한 ‘코로나19 신자의식조사’ 결과 발표 세미나에서다.

조사는 의정부교구민들을 대상으로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6000여 명의 교구민이 응답했다. 특별히 이번 조사는 평신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분석한 코로나19 시대의 교회

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 증가’가 84.2%로 가장 많았고, ‘공동체 미사 중단 이후 변화’에는 응답자의 53%가 ‘처음에는 불편했으나 점차 나아졌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신앙생활 변화 전망’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대답이 나왔다. 긍정적 전망으로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 86.6%, ‘이전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것’이라는 응답이 81.6%였다. 부정적 전망으로는 ‘일상을 회복해도 미사 참례는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 69.3%, ‘일상을 회복해도 사도직단체, 모임은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54%에 달했다. 또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58.7%가 나왔다.

의정부 평협 경동현(안드레아) 기획분과장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결국 일상 중심의 신앙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경 기획분과장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다시 돌아가기 어렵고 현재 일상에 적응해 가야한다는 생각이 혼재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는 고민이 부족할 때 신자들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현상이 신자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의정부 평협 박문수(프란치스코) 교육연구분과장은 코로나19 이후 교회생활 전망에 대해, 신자들의 일정비율은 교회로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돌아온 신자들은 과거보다 더 높은 충성심을 보일 수 있지만, 보다 소극적이었던 신자들은 비대면 방식을 선호하면서 모임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지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조사를 실시한 이유도 “확실히 예견되는 미래를 위해 사목방향과 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특히 “평신도들의 대표로 평협이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교구와 호흡을 맞춰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박 교육연구분과장은 평협의 과제로 ▲신자 입장에서 미사 참례와 교회 활동 참여 권유와 설득 ▲어려움을 겪게 된 신자들에 대한 관심 표현 ▲평협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신앙관련 콘텐츠 제작 등을 제시했다.

■ 사목자가 바라본 코로나19 시대 교회

사목자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교구 사목연구소장 변승식 신부는 이례적으로 주관식 문항에 대한 응답이 많았던 사실을 짚으며 “그만큼 응답자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는 것이며, 자신의 주관과 의견을 강하게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변 신부는 “적극적인 신자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면 공동합의적 교회로 다시 거듭나는 쇄신의 기회를 얻을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가톨릭교회에 대한 현재의 자부심과 호감이 실망과 무력감으로 크게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변 신부는 미국 워싱턴대교구의 코로나19 대응과 소통 방식을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워싱턴대교구는 오랜 민주주의 역사와 평신도와의 협력 경험을 갖고 있다. 변 신부는 “결국 이 시점에서 교회는 시의적절하게 주어진 공동합의성의 빛으로 교회 단련과 쇄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교구 선교사목국장 이재화 신부 역시 이번 세미나의 의의를 평협과 사목연구소, 선교사목국 연대 아래 이뤄진 ‘공동합의적 교회 실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상과 함께하는 교회를 실천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며 지역사회와도 적극 연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대면 방식의 신앙생활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요청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교회도 적극 응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경험에 대해서는, 많은 신자들과 사목자들이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신앙의 기초가 부족함을 깨닫게 됐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참석해 의견을 전했다.

이 주교는 “평협을 중심으로 이 조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지만, 공동합의성의 정신으로 사제단과 평협이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발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교구 사목연구소장 변승식 신부, 교구 선교사목국장 이재화 신부, 평협 박문수 교육연구분과장, 평협 경동현 기획분과장.(왼쪽부터)

■ 소외된 이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야

참석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머리를 맞댔다. 특히 젊은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교회가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는 의견이 두드러졌다.

의정부교구 홍보국 소속 신승철(로마노)씨는 “교회가 젊은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직접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소통 부재 현상이 더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신자 김현채(바오로)씨 역시 “30년 뒤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을 했는데,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휑한 교회의 모습일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더 가까이서 듣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조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동참할 줄 알았는데, 교회에서 열심히 활동 하시는 50~60대가 가장 많았다”며 “이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한편, 소극적이고 소외된 이들에게도 교회가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사가 재개됐지만, 고령과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미사 참례를 못하는 이들의 소외감은 더 커지고 있다”며 “교회의 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협을 중심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는 교회의 역할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