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민주주의 위해 헌신한 종교인들, 훈포장 받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0-06-16 수정일 2020-06-16 발행일 2020-06-21 제 320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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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서 국민훈장·국민포장 수여
지학순 주교·조철현 몬시뇰 등 12명에 국민훈장 모란장
제임스 시노트 신부와 조지 오글 목사에게 국민포장 전달

고(故) 지학순 주교와 고 조철현 몬시뇰, 고 제임스 시노트 신부(한국명 진필세·메리놀외방전교회)가 6·10민주항쟁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과 국민포장을 받았다.

정부는 6월 10일 6·10민주항쟁 33주년을 맞아 서울 남영동 옛 대공분실에서 기념식을 열고, 민주주의에 헌신한 공로자들에게 훈장과 포장을 수여했다.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단체로 훈포장을 수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훈장 모란장은 지학순 주교와 조철현 몬시뇰을 비롯해 고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 이소선 여사, 고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 박정기씨,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 등 12명에게 수여됐다.

제임스 시노트 신부와 조지 오글 목사는 국민포장을 받았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은 훈포장 수여 후 발언에서 “33년 전, 6·10민주항쟁을 이끈 시민들과 이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님들의 용기로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고, 6·10민주항쟁은 남영동 국가폭력의 진실을 세상으로 끌어냈다”면서 “이곳 남영동을 어둠의 공간에서 미래의 공간으로 바꿔 낸 민주열사들과 국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학순 주교를 ‘시대의 양심’, 조철현 몬시뇰을 ‘5·18민주화운동의 산증인’이라고 소개했다.

고(故) 지학순 주교
지 주교는 군부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 민주구국선언, 지식인선언을 주도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 내란선동죄로 연행된 지 주교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고 구속됐다. 이를 계기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결성돼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고(故) 조철현 몬시뇰
조 몬시뇰은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하며 시대의 부조리에 대항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투신하면서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장을 맡았다. 1989년 5·18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는 신군부의 잔학한 학살행위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고(故) 시노트 신부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와 4·9통일평화재단(이사장 문정현 신부)은 인혁당 사건을 폭로하며 민주화에 기여한 제임스 시노트 신부와 조지 오글 목사의 국민포장 수여 소식에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들 단체는 “시노트 신부와 오글 목사는 한국 민중들의 가장 아픈 부분을 돌봐 주고 위로해 준 참 종교인들이었다. 인혁당 조작 사건은 외국인 선교사들로서 나서기 힘든 정치적인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종교인의 자세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노트 신부와 오글 목사는 1974년 인혁당 사건 사형수 8명에 대한 구명운동을 벌이면서 한국 민주화 발전에 큰 기여를 했지만 강제 추방당했다. 시노트 신부는 추방당한 후에도 인혁당 사형수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한국대사관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