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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부의 맛] ① 유산기부 - 임영국·김영미씨 부부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0-06-16 수정일 2020-06-30 발행일 2020-06-21 제 3200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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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깨달았죠, 더 많이 채워지는 은총을”
버킷리스트 1호가 ‘유산기부’
평소에도 꾸준히 나눔 실천
욕심 버리고 ‘함께 사는 삶’
가톨릭 기부문화 확산에
많은 이들 동참 계기 되길

지난해 11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전 재산을 기부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임영국(오른쪽)·김명미씨 부부.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제공

최근 경제 성장률 둔화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맞물려, 가뜩이나 정체돼 있던 모금 단체의 미래가 더욱 어둡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긴 그림자가 드리웠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눔을 실천한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밝게 빛나고 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이사장 유경촌 주교, 이하 본부)와 본지는 ‘가톨릭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자발적인 기부로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는 기부자들의 나눔 사연을 조명한다. 첫 번째로 본부의 핵심 기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유산기부자(부부)를 소개한다.

“하느님께서는 저희가 베푼 것을 배로 채워 주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유산 전 재산을 기부한 임영국(암브로시오·51·광주대교구 나주 빛가람동본당)·김명미(벨다·45) 부부는 “유산기부 서약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밝혔다.

‘유산기부’는 부부의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해야 할 일) 1호였다. 부부는 해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실행하는데, 항상 1순위로 유산을 기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전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부부가 유산기부를 결정한 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기부할 수 있다는 데에 감사했다.

부부가 유산기부를 결정한 건 약 7년 전. 남편 임영국씨의 셋째 누나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난 뒤 받은 보상금으로 가족들이 반목하는 모습을 본 부부는 유산을 기부해 놓고 살아가야겠다는 의견을 여러 번 나눴다. 특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하자고 마음을 모았다. 아내 김명미씨는 “아주 적은 금액인데도 돈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을 보며, 아직은 젊지만 좀 더 의미 있게 돈을 쓰기 위해 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산기부에 의견을 모았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조금씩 후원을 하게 되면서 하느님께서는 기부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채워주신다는 것을 느꼈다. 곧바로 아는 신부님을 통해 본부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29일 본부를 방문해 유산기부 서약을 했다.

부부는 평소에도 꾸준히 교회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 왔다. 이들은 욕심을 내려놓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선지 본부에서 진행하는 정기후원, 코로나19 긴급구호를 위한 후원 등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아내 김씨는 이렇게 흔쾌히 유산을 기부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자녀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김씨는 “자녀가 있었다면 유산기부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저희의 기부가 유산기부를 좀 더 널리 알리고 많은 이들이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남편 임씨는 유아세례를 받은 아내의 영향으로 결혼한 뒤 세례를 받았다. 이후 본당에서는 시설분과장 등 사목위원으로 봉사하기도 했다. 임씨는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에 기부한 금액이 아프리카 등 해외에 있는 어려운 극빈층들을 위해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마지막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느님 은총을 느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후원하다 보니 하느님께서 다시 그만큼, 아니 배로 채워 주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눌수록 채워지는 하느님의 은총을 더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02-727-2267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기부센터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