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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하나되게 하소서」 반포 25주년 / ‘교회일치 운동’이란?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20-06-09 수정일 2020-06-10 발행일 2020-06-14 제 3199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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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으로의 통합은 ‘오해’… 함께 걷는 ‘공동합의성’이 중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1995년 교회일치 관한 회칙 발표
각 종파 대조하는 관점 벗어나 공동선 활동 등 ‘교감’ 찾아야 
서로의 차이 보완·극복 필요
브라이언 패럴 주교
지난 1995년 5월 25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일치운동에 관한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Ut Unum Sint)를 발표하고 그리스도교의 일치와 화합을 촉구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교회일치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그리스도인들에게 내적 회개와 기도, 대화를 통한 친교를 강조했다.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 발표 25주년을 맞아, 교황청 교회일치평의회 사무총장 브라이언 패럴 주교(사진)는 CNS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노력과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25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발표한 교회일치에 관한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는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접근법을 바꿨다. 교회일치 운동의 기초를 닦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30년 동안, 교회일치 운동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화 상대, 즉 타 종파의 가르침과 활동을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활동과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파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것을 알아가는 것은 ‘하나되게 하소서’라고 당부한 그리스도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첫 단추다.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사무총장 브라이언 패럴 주교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하나되게 하소서」를 통해 대화란 비교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대화는 하느님께서 각 종파에 준 ‘선물의 교환’이라는 의미다.

패럴 주교는 “‘수용적 일치’(receptive ecumenism)라고 알려진 이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서로에게 ‘내가 가진 것은 너에게 선물이 되고, 네가 가진 것은 나에게 선물이 된다’고 서로 말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종단의 그리스도인들이 주님께서 주신 선물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선물을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신앙 안에서 성장할 수 있기에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이 개인 혹은 공동체의 회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2016년 평화를 기원하며 함께 비둘기를 날리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카레킨 2세.

■ 교황의 수위권 논의

가톨릭교회가 다른 그리스도인과 나눌 선물 중 하나는 바로 로마주교의 사목활동, 즉 교황직에 관한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하나되게 하소서」를 발표하며, 로마의 주교가 어떻게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위한 사목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른 종파의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에게 형제애로 끈기 있게 토론해 볼 것을 제안했다.

교황직과 교황의 수위권은 1000년이 넘도록 그리스도인 사이의 분열과 논란, 그 중심에 있었다. 교황직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균열을 가져온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특히 교황직은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교회 사이의 대화에서 주요 논점으로 한결같이 남아 있다. 2006년 이래, 가톨릭교회와 정교회가 구성한 국제신학대화위원회는 교황직의 역사와 교황의 수위권에 대해 집중해 왔다. 그리고 그 논의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하나되게 하소서」에서 제기한 한 논점은 신학적 숙고가 필요한 그리스도인 일치운동이 그저 숙고에서만 그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대화가 그저 지식적 교환이어서는 안 되다는 뜻이다.

패럴 주교는 “신학적 토론을 통해 교황의 관할권과 그리스도교 공동체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면서도 “실제로 우리는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과 다른 지도자들이 한 데 모여 기도하고, 다양한 종파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도를 요청하며, 폭력의 종식과 피조물 보호와 같은 공동선을 위한 지지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교감을 긍정적이며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교황은 로마의 주교이기 때문에 교황이다. 때문에 패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항상 자신을 ‘로마의 주교’로 지칭하는 것은 교회일치 운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패럴 주교는 “몇몇 신자들은 교황이 자신을 로마의 주교로 낮춰 부르며 자신의 위엄과 교황직의 권한을 낮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패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로마의 주교’로 부르는 것은 “신학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라면서 “교회일치 측면에서도 교황직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패럴 주교는 “몇몇 신자들은 교황은 어느 정도 교회를 넘어서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교황도 특정한 책임을 갖고 있는 교회 내 주교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직과 가톨릭교회의 교회일치 전망은 교회에 대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이해에 그 뿌리가 있다. 패럴 주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무엇보다 교회를 교회법에 따른 구조적인 기관으로 보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고 그리스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교회일치 운동과 공동합의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공동합의성에 대한 비전도 공동체로서의 교회라는 관념에서 나왔다. 공동합의성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과 ‘함께 걷는다’라는 뜻을 갖는다. 세례의 은총으로 교회의 한 부분이 된 신자들이 교회의 삶과 사명에 함께 책임을 지는 것이다. 패럴 주교는 “특히 정교회에서는 공동합의성을 중요시여기고 있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가톨릭교회를 위한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럴 주교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의 기능적 측면만 바라보지 않고 공동합의성을 살아가며 전 세계 교회의 삶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함께 기도하며 다양한 나라의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교회와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에 나서고 있는 종파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동합의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을 희망의 증표로 보고 있다. 공동합의성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온전한 일치를 이뤘을 때 진정으로 ‘다양성 안의 일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패럴 주교는 교회일치 운동이 시작했을 때 “많은 교회들이 가톨릭교회를 하나의 거대하고 잘 조직됐으며, 중앙집권화 돼 있는 지배적인 조직으로 바라봤다”면서 “대부분 가톨릭교회가 가톨릭교회의 방식을 주입하려 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어느 정도 일치운동은 이렇게 진행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패럴 주교는 “「하나되게 하소서」는 여전히 그리고 계속해서 교회일치 운동의 주요 문헌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면서 “「하나되게 하소서」는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교회일치 운동의 끝이 가톨릭교회로의 통합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의 신앙이 서로 보완된다면 서로에게는 여지가 있을 것이지만, 두 가지의 신앙이 서로 대치된다면 서로 극복해야 합니다. 교회일치 운동의 끝은 그리스도와 복음에 대한 우리 모두의 신의이며, 여러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수백 년 동안 살아온 다양한 종파의 그리스도인이 갖고 있는 이 신의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2002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오른쪽)이 콘스탄티노플의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일치운동에 관한 회칙 「하나되게 하소서」를 통해 교회일치 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CNS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